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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전세, 산타클로스, 동지” 표현 … 서민생활 말할 땐 한숨

중앙일보 2017.08.18 01:21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CNN의 폴라 행콕스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25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회견에서 CNN의 폴라 행콕스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25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약속대련’이 아닌 ‘실전’이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사회로 진행됐다. 종전과 달리 ‘각본 없는’ 파격 기자회견이었다. 사전에 질문할 분야만 정해놓고, 즉석에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전임 정부에서는 사전에 질문할 언론사가 정해졌고 질문 내용을 청와대가 미리 파악했다.
 

기자 상주 춘추관 대신 영빈관서
250명 오케스트라 형식 좌석 배치

사전 각본 없이 진행은 했지만
종합지는 한겨레만 질문 받아
기자들 “기회 편중됐다” 항의도

회견 장소도 이례적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했지만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을 선택했다.
 
250여 명의 참석자를 모두 수용하기에 춘추관 브리핑룸은 협소했다는 청와대의 설명대로 영빈관은 공간 규모가 춘추관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25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오케스트라 형식으로 배치된 좌석에 앉았고, 문 대통령은 지휘자 자리에 앉아 문답을 나눴다. 문 대통령이 책상 위에 마이크와 물, 공책, 검은 펜을 올려놓고 첫 번째 질문을 기다리자 윤 수석은 “대통령은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대통령님 긴장되시죠?”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파안대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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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55분 동안 15개의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사안에선 “만약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북한은 더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거나 “미국과 국익 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호한 답변을 이어갔다.
 
대선후보 시절 좀처럼 쓰지 않던 ‘동지들’(“2012년 대선부터 함께 해왔던 많은 동지들을 발탁하는 것은 소수에 그치고…”)이란 표현이나 수사(“주머니 속에 (대책을) 많이 넣어두고 있다”)도 등장했다.
 
‘미친 전세’ ‘산타클로스’(복지정책에 대한 비유) 같은 표현도 썼다. 부동산대책이나 증세 등 서민 생활과 관련한 대목에선 한숨을 쉬거나 답변에 뜸을 들이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책실과 정무수석실 등으로부터 예상 질문 등을 보고받고 답변을 정리하며 회견에 대비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시간 동안 생중계로 기자들과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회견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수석급 이상 참모진 전원이 배석했다. 회견 중 국정에서 적폐 청산의 순위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검찰 개혁 등을 담당하는 조국 민정수석이 긴장한 표정으로 문 대통령을 바라봤다.
 
기자회견이 막바지로 갈수록 질문권을 얻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당초 낮 12시 정각에 마칠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은 추가 질문을 더 받느라 낮 12시5분에 끝났다. 하지만 질문권이 편중돼 기자들의 항의가 속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방송사 4곳, 지역지 3곳이 질문 기회를 얻었다. 외신도 미국 CNN과 NBC, 일본 NHK 등 3곳이 질문을 했다. 경제지도 2곳이 질문할 수 있었지만 종합일간지는 한겨레신문 1곳만 질문을 했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당초 종합 일간지에 질문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실제 회견에선 방송사와 외신에 질문권을 주고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결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나 중국과의 관계 설정 문제, 전술핵 재배치 논란 등 예민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일간지 기자는 “열 번 넘게 손들었는데 질문을 못했다”고 했다.
 
윤 수석은 항의가 이어지자 “특정 매체군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려 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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