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위안부, 한·일 회담으로 해결 안 돼 … 강제징용자도 민사소송 권리는 남아”

중앙일보 2017.08.18 01:18 종합 4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레드라인을 명확히 그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화한 북핵 임계점이다.
 

외교안보 분야
문 대통령, 대북 레드라인 첫 언급
향후 전략에 한계 그어 부담될 수도

ICBM 완성을 판단하는 4대 기준은 ▶사거리 ▶단 분리 기술 ▶재진입 기술 ▶유도 기술이다. 북한이 지난달 두 차례 쏘아 올린 화성-14형은 단 분리와 대륙 간 사거리는 달성했지만 재진입 기술, 유도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한·미의 판단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밝힌 이유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빠른 속도로 고도화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가 레드라인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향후 대북 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레드라인은 모호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명확히 레드라인을 그을 경우 상대방이 이를 넘었을 때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전혀 신뢰성이 없거나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라 상대방이 겁을 먹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를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실제로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쓰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미국 내 보수 진영으로부터 허약한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관련기사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과 관련, 문 대통령은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핵 포기를 위한 협상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은 한·미가 같고, 미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제재와 독자 제재 등을 통해 단호한 결의를 보임으로써 북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반드시 군사적 행동을 실행할 의지를 갖고 하는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 점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충분한 소통과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른바 ‘8월 한반도 위기설’로 불거진 국민 불안을 잠재우려는 메시지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 재개 필요성을 제기하며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 도발을 멈춰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구체적 방법론은 언급하지 않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일단은 최소한의 조건이 달성되면 대화 가능성 모색부터 해보자는 취지로, 이렇게 해서 대화 재개의 문턱을 낮출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회담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강제징용자 문제도 양국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징용당한 개인이 미쓰비시 등을 비롯한 상대 회사에 대해 갖는 민사적 권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의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판례”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2년 강제징용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결해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패소한 일본 기업이 다시 상고해 사건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