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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벽 없앤 ‘동물복지’ 농장엔 살충제 계란 없다

중앙일보 2017.08.18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친생태적인 환경에서 산란계를 사육하는 동물복지형 농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한 산란계 농장의 넓은 사육장에서 닭들이 모이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친생태적인 환경에서 산란계를 사육하는 동물복지형 농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한 산란계 농장의 넓은 사육장에서 닭들이 모이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전남 보성군 미력면 미력리 산란계 농장 ‘구쁘팜’. 닭들이 비좁은 케이지(사육장)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보통의 농장과 달리 이곳의 닭들은 케이지 안을 활발하게 옮겨 다녔다. 닭 배설물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구쁘팜의 오성주(44) 대표는 “케이지 8개를 합친 뒤 칸막이를 없애 닭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며 “식물성 사료를 먹여 배설물 냄새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 ‘구쁘팜’ 가보니
항생제 안 쓰고 식물성 사료 먹여
일반 계란값 2배에도 주문 밀물

4만4000여 마리의 닭이 하루 평균 3만여 개의 계란을 생산하는 이 농장은 주변 환경도 동물 복지형이다. 계사 등 건물은 농장 입구 쪽을 제외한 삼면이 숲으로 둘러싸여 주변 온도를 낮춘다. 무더위에 닭도 스트레스를 받는 여름철에는 계사마다 설치된 18개의 대형 환풍기를 가동한다.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장치도 있다. 모두 닭이 생활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쓴 흔적들이다.
 
이 농장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았지만 살충제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항생제는 물론이고 살충제를 쓰지 않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는 게 농장 측의 반응이다. ‘입맛이 당기다’는 뜻의 순우리말 ‘구쁘다’에서 이름을 따온 구쁘팜은 대형 양계업체에서 근무했던 오 대표가 주도해 2013년 세운 농업법인 형태의 농장이다. 지난해에는 동물 복지 축산농장 인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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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장의 닭은 항생제 대신 1㎏에 600원이 넘는 비교적 고가의 사료를 먹는다. 저렴한 사료의 두 배 가격인 이 사료는 닭의 면역력을 향상하고 영양가 높은 계란을 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특별식이다. 석류와 유자·녹차·매실·인삼 등 12가지 식물성 재료를 숙성시켜 만든 발효액을 사료에 섞어 닭에게 먹인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로 만든 사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구쁘팜의 닭들은 병아리 때부터 특별 관리를 받는다. 이 농장 측은 알에서 깨어난 지 하루나 이틀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를 들여와 식물성 사료를 먹이고 산란계로 키운다. 이곳 산란계들은 ‘은퇴시기’도 다른 농장과 비교해 빠른 편이다. 농장 측은 생후 1년이면 닭을 도태 처리한다. 닭의 건강이나 위생상태가 나빠져 이나 진드기 등 해충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농장 계란은 30개당 1만6800원으로 일반 계란보다 두 배가량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오 대표는 “ 닭의 건강상태가 나쁘면 계사 내부도 해충이 생길 환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보성=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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