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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사육이 부른 살충제 계란 … 유기축산 14개 농장선 ‘0’

중앙일보 2017.08.18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경기도 여주 ‘에덴농장’에는 유기축산(유기농) 닭 4400마리가 산다. 알을 낳는 산란계로 하루 6~7시간을 방사장에서 보낸다. 아침에 0~1개씩 알을 낳은 닭들은 오전에 모이를 두 차례 먹는다. 경기도 안성 농협 공장에서 나온 유기농 사료인데 주성분(옥수수)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쓴 제품이다. 오전 11시쯤 계사(鷄舍)에서 방사장(放飼場)으로 나온 닭들은 풀을 뜯거나 부리로 흙 목욕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널찍한 닭장서 하루 7시간 풀어길러
전문가 “고밀도 축사 이젠 바꿔야”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테스코
“2025년까지 좁은 닭장 계란 퇴출”

농장주 손성일씨는 “닭들이 활발해 2~3주만 지나면 방목지 풀이 다 없어진다”고 전했다. 오후 5시를 전후해 계사에 복귀한 닭들은 사료를 한 차례 더 먹고 쉬거나 잠을 잔다. 계사에는 널찍한 공간을 막는 겉 울타리가 있을 뿐 공간을 나누는 철제 우리가 없다. 손씨는 “방사장은 3.3㎡당 세 마리, 계사는 3.3㎡당 15마리를 기준으로 설치했다”며 “유기 계란은 일반 계란처럼 유통하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어 전량 직거래로 백화점 등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에덴농장 같은 유기축산 농장은 전국에 14곳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살충제 검출 농장에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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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란 농장은 친환경 인증 정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기준치 이하의 살충제를 쓸 수 있는 일반 농장(556곳), 친환경(살충제 사용 금지)으로 분류되는 무항생제 농장(683곳), 유기축산 농장(14곳) 등이다. 유기축산 계란을 생산할 땐 항생제, 성장촉진제, 농약 등을 쓰면 안 되는 무항생제 기준에 더해 반드시 농약·화학비료 없이 재배한 사료를 닭에게 먹여야 한다. 닭이 생활하는 공간 크기도 다르다. 유기축산 농장에선 산란계 한 마리당 0.22㎡의 공간을 확보한다. 닭 사육 철제 우리가 통상 0.05㎡ 것과 비교하면 4배 정도다. 닭이 흙 목욕으로 진드기나 이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살충제를 쓸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란농가들이 궁극적으로는 유기축산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의 주 원인도 밀집사육이 꼽힌다.
 
문제는 가격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 이전에도 유기축산 인증 마트가 붙은 계란은 온라인에서 20개에 1만6000원에 팔렸다. 대형마트에서는 무항생제 유정란(15개)은 6000원대, 일반 1등급란(15개)은 4000원대에 팔린다. 이혜원 건국대학교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은 “당장 모든 농장을 방목형으로 전환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고밀도 축사를 점차 바꿔나가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좁은 우리에서 생산된 계란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 1위 유통업체 월마트(미국)와 3위 테스코(영국)는 지난해 각각 “2025년까지 매장에서 ‘케이지(좁은 닭장) 계란’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빈 자리는 헛간이나 개방 방목(free-range)·유기농법으로 키운 계란이 채운다. 케빈 가드너 월마트 대변인은 지난해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닭장에서 키우지 않은 계란이 고급 상품에서 일반 상품으로 바뀌고, 그에 따라 판매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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