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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등 돌리고, 절친 기업인도 떠났다 … 고립된 트럼프

중앙일보 2017.08.18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16일(현지시간) 백악관의 경제자문기구인 전략정책포럼(SPF)에 소속된 기업 총수 12명이 긴급 전화회의를 열었다. 소집자는 세계최대 사모펀드 운영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SPF의장인 그는 재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사로 통한다. 회의는 지난 1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백인 우월주의 시위의 유혈사태에 대해 트럼프가 “양쪽이 모두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백인 우월주의자 편을 든 것에 대한 의견 교환이었다.
 

트럼프가 백인 우월주의 편들자
경제·제조업자문기구 잇따라 해체

CNN “매코널 원내대표까지 비판
인종차별 동조하는 의원 없을 것”
군 수뇌부, 영국 총리도 일제히 비난

회의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당초 ‘인종주의 발언’에 우려를 표하는 수준에 그치려 했지만 참석자들은 거의 한결같이 “이럴 바에는 해산하자”고 요구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로런스 핑크, IBM의 지니 로메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리치 레서, 펩시코(펩시콜라 제조업체)의 인드라 누이 등 유명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세했다. “압도적 다수가 45분만에 금방 ‘해체’에 합의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다.
 
실은 같은 시간 또 다른 대통령 자문기구인 ‘제조업자문위원단(AMC)’도 긴급전화회의를 열고 해산을 결정하고 있었다. 이미 AMC에선 샬러츠빌 사태 이후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3M의 잉거 툴린 등 7명의 CEO가 탈퇴를 선언한 상태였다. 회의 결과는 SPF와 마찬가지. 회의를 이끈 다우케미칼의 앤드루 리버리스 CEO는 백악관에 “현재와 같은 환경에선 더 이상 생산적 결정을 할 수 없다”며 ‘해체’를 통보했다.
 
‘재계의 반란’을 접한 트럼프는 바로 이날 낮 트위터에 “AMC와 SPF의 기업인들에 (입장번복 촉구를 위해) 압력을 가할 바에야 차라리 두 조직을 해체하겠다. 모두 고마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버림받는’ 모양새가 아닌 트럼프 본인의 ‘해체 지시’처럼 보이게 의도적으로 연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비즈니스를 자신의 핵심 자격(credential)으로 여겨 온 트럼프의 입장에서 이번 두 조직의 해산은 획기적인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기업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이번 사태가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좋은 신(新)나치는 없으며, 그들의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이상과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CNN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 이어 매코널 원내대표까지 등을 돌리면서 사실상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동조하는 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이 이날 트위터에서 “미 육군은 병영 내 인종주의, 극단주의, 증오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비롯 육·해·공·해병의 4군 수뇌부도 이례적으로 일제히 트럼프 발언에 반기를 들었다.
 
WSJ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 자진 사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 지도자들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파시스트를 비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샬러츠빌 극우 무리의 폭력에 대해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리 장군 동상 철거, 슬프다”=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당국은 16일 남부연합 동상 4개를 모두 철거했다. 백인우월주의로 인해 발동한 샬러츠빌 유혈사태 여파다. 남부연합 상징물은 남북전쟁의 원인인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17일 트위터에서 “아름다운 동상과 조형물의 철거로 인해 우리 위대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찢기는 걸 보니 슬프다”면서 “역사는 바꿀수 없지만, 그로부터 배울 수 있다. 로버트 E. 리, 스톤월 잭슨-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워싱턴? 제퍼슨?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의 도시와 마을, 공원에서 사라진 미는 엄청난 손실이며,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썼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백민정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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