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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지중해 태양이 마실 왔나, 스위스 속 이탈리아

중앙일보 2017.08.18 01:00 종합 21면 지면보기
유럽 소도시 여행 ⑤ 로카르노
로카르노 구시가지의 대광장. 로카르노 영화제의 주무대다. 바로 이 자리에 세계최대 스크린(800㎡)이 들어선다.

로카르노 구시가지의 대광장. 로카르노 영화제의 주무대다. 바로 이 자리에 세계최대 스크린(800㎡)이 들어선다.

스위스의 다른 지역을 여행하다 티치노주로 건너가면 영 딴 나라에 온 기분이 든다. 야자수가 늘어선 호숫가, 따가운 햇볕, 알록달록 색채 짙은 가옥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지중해 어디쯤 같다. 사람도 그렇다. 독일어를 쓰는 타 지역 스위스 사람들보다 이탈리아어를 쓰는 티치노 사람들은 느슨하고 밝아 보인다. 티치노에서도 특히 마조레 호숫가에 있는 매력적인 도시 로카르노를 타박타박 걸으며 느낀 바다.

뙤약볕 내리쬐는 호수엔 야자수
이탈리아어 사용 … 느긋한 분위기
540m 벼랑 위 성모 알현한 성당
가톨릭 성지순례 코스로도 인기

 
햇볕 따가웠던 2017년 6월 중순 로카르노 도보 투어의 시작은 영화제의 주무대인 대광장에 있는 로카르노 시청이었다. 솔직히 시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린 걸 빼고는 옆 건물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서울의 웬만한 주민센터보다 작은 데다
 
1층엔 식당까지 영업 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앙증맞은 시청 때문에 이 도시가 정겹게 느껴졌다.
 
대광장 남서쪽에는 비스콘테오(Viscon teo) 성이 있다. 13세기 처음으로 축조된 뒤 수많은 전쟁을 거치며 파괴와 복원을 거친 성이다. 현재는 생태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최근 흥미로운 학설이 제기됐다. 한 이탈리아 역사학자가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성의 재설계에 참여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길. 원래 성의 5분의 1밖에 남아 있지 않아 대단한 볼거리는 없다. 진짜 화려한 중세 성을 보고 싶다면 로카르노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벨린초나로 가는 게 낫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 3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1480년 가톨릭 수사가 성모 마리아를 알현했다는 마돈나 델 사소 성당.

1480년 가톨릭 수사가 성모 마리아를 알현했다는 마돈나 델 사소 성당.

1480년 가톨릭 수사가 성모 마리아를 알현했다는 마돈나 델 사소 성당.

1480년 가톨릭 수사가 성모 마리아를 알현했다는 마돈나 델 사소 성당.

로카르노는 가톨릭 신자들에겐 성지순례 코스로도 인기다. 로카르노 바로 옆 마을 오르셀리나에 있는 성당 마돈나 델 사소 때문이다. 1480년 8월 프란치스코 수사 바톨로메오 디베리아가 성모 마리아를 알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성당이 해발 540m에 세워져 있는데 겹겹이 산에 둘러싸인 마조레 호수가 지중해처럼 눈부시다.
 
성당 바로 위쪽엔 카르다다(1330m)산으로 가는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다. 스위스의 여느 산처럼 여름엔 하이킹, 겨울엔 스키를 즐기는 곳이다. 티치노 태생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케이블카와 탑승장을 디자인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 가장 목 좋은 곳엔 레스토랑이 있었다.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산 중턱에 구름이 깔려 호수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낭만적이었다. 구름 위에 둥둥 떠서 밥을 먹는 기분이었다. 비록 융프라우(4158m)나 몽블랑(4810m)에 비하면 아기 같은 산이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마돈나 델 사소를 거쳐 다시 광장 쪽으로 내려왔다. 내리막길이 이어졌는데 형형색색 수국이 만개해 있었다. 함께 투어에 나선 가이드 마리나가 “중세에는 이 계단을 매일 무릎으로 다니며 수행한 수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백 년 전 수사들의 피땀 어린 길이어서였을까. 걸음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로카르노 광장에 도착하니 뙤약볕이 내리쬐었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대광장 한편에는 젤라토를 파는 남자가 보였다. ‘올백 머리’ 남자가 젤라토를 떠줬다. “그라치에!”(이탈리아어로 ‘감사합니다’)를 주고받은 뒤 호수 쪽으로 갔다. 지중해가 아닌 호숫가에서 지중해성 기후를 만끽하며 먹는 젤라토는 유난히 달고 맛있었다.
 
◆여행정보
로카르노를 찾아가려면 기차를 타는 게 일반적이다. 스위스 최대 도시 취리히에서 기차로 2시간30분 걸린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기차로 두 시간 거리다. 카르다다 케이블카는 왕복 28스위스프랑(약 3만3000원). 기차 이용권인 스위스패스 소지자는 반값 할인. 자세한 여행정보는 스위스관광청 홈페이지(myswitzerland.com) 참조.

 
로카르노(스위스)=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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