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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멍구 사막에 800만 그루 나무 심어 ‘녹색장성’ 쌓다

중앙일보 2017.08.18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중국 네이멍구의 쿠부치 사막 한복판에서 11년째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 권혁대씨. 그가 녹지로 변한 현장의 항공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권혁대]

중국 네이멍구의 쿠부치 사막 한복판에서 11년째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 권혁대씨. 그가 녹지로 변한 현장의 항공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권혁대]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 수천 명이 힘을 합쳐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의 쿠부치(庫布其) 사막 한복판에 ‘녹색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모래 황무지에 나무를 심고 땅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사막화 현상의 확대를 막는다는 뜻에서의 녹색 장성이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10여 년째 조림사업을 계속하자 황량한 사막에 풀이 돋고 나무가 무성해지고 사라졌던 짐승이 돌아왔다. 사막을 숲으로 만드는 이 사업을 현장 지휘하고 있는 권혁대(47) 사단법인 ‘미래숲’ 중국본부장은 1992년 한·중 수교 협상의 주역이었던 권병현 주중 대사의 아들이다. 부자가 대를 이어 한·중 우호를 다지며 인연을 쌓고 있는 것이다. 한·중 수교 25주년(24일)을 앞두고 권 본부장을 만났다.
 

권혁대 ‘미래숲’ 중국본부장
한·중 수교 주역 권병현 전 대사 아들
중국과 함께 쿠부치 사막 조림사업

“10년 전 심은 씨앗 이제 뿌리내려
마을 떠나갔던 주민들 되돌아와
한·중관계 나빠져도 계속 심을 것”

한·중 수교 협상 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버지가 출장을 간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아무리 물어도 행선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더운 나라를 가는지 추운 나라를 가는지 알아야 옷을 준비할 게 아니냐’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버지는 여름옷, 겨울옷을 다 싸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벙거지를 쓰고 가셨다. 다른 협상단원들도 각자 개별행동으로 협상장인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漁臺)에 모이는 등 007작전 뺨치는 비밀협상을 했다고 들었다.”
 
사막 녹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사 재임 시절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저우창(周强) 서기와 양국 청년 교류 사업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는데, 이왕이면 성과물이 남고 오래 가는 것으로 조림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대사 재임중 한국에 있던 여동생이 ‘아빠, 중국에서 황사 좀 해결해 주세요’라고 말한 것도 작은 계기가 됐다고 한다. 나는 대기업 주재원으로 베이징에서 환경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었는데 급할 때 미래숲 일을 거들며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는 사이 ‘이게 바로 내가 할 일’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 길로 쿠부치 사막과 베이징을 왔다갔다 한 게 11년이 됐다.”
 
2009년 모래밭이던 곳이 지금은 나무가 자란 녹지(아래)로 변했다. 사막화로 마을을 떠났던 이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진 권혁대]

2009년 모래밭이던 곳이 지금은 나무가 자란 녹지(아래)로 변했다. 사막화로 마을을 떠났던 이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진 권혁대]

2009년 모래밭이던 곳(사진 위)이 지금은 나무가 자란 녹지로 변했다. 사막화로 마을을 떠났던 이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진 권혁대]

2009년 모래밭이던 곳(사진 위)이 지금은 나무가 자란 녹지로 변했다. 사막화로 마을을 떠났던 이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진 권혁대]

사막을 녹지로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2900(약 870만평)에 지금까지 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토양이 척박하고 모랫바람이 심하니 금세 나무가 죽었다. 처음엔 무모한 일을 하는 건 아닌지 자신이 없었는데 7∼8년쯤 지나자 확신을 갖게 됐다. 자연발아로 풀이 돋고 번식이 되어 ‘새끼나무’가 자라는 걸 보면서다. 오래전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 황무지가 됐는데 이젠 사람들이 되돌아올 정도가 됐다.”
 
한·중 수교 25주년에 대한 감회는.
“정치적 문제로 한·중 관계가 나빠지고 국민 감정이 악화된 게 안타깝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나무를 심을 것이다. 양국 젊은이들이 환경이란 공동의 목표로 함께 땀흘리며 다진 우정은 쉽게 변치 않는다는 걸 체득했다. 10년 전 사막에 심은 씨앗이 이제 뿌리를 내리고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됐다. 한·중 관계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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