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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중국이 원유 차단하면 북한은 핵실험과 전쟁 못한다

중앙일보 2017.08.18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와 세종연구소는 16일 좌담회를 열고 한반도 위기상황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권태환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조남훈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신인섭 기자]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와 세종연구소는 16일 좌담회를 열고 한반도 위기상황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권태환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조남훈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신인섭 기자]

북한의 ‘괌 포위사격’으로 시작된 미국과 북한 사이의 말 폭탄 전쟁이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의 사격계획 보고에서 “지켜보겠다”며 한 발 뺐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 “북한과 대화에 계속 관심이 있다”고 발언하면서다.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한반도 위기상황에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와 세종연구소가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북 괌 포위사격은 고도 심리전
중, 북의 사격 가능성 70%로 판단

북 미사일 발사 때 미 원포인트 타격
북이 공격할 땐 미국 전면전도 불사

북한군 비축유 잘해야 2~3달 분량
중, 석유 1~2주 끊어도 핵실험 못해

북한이 화성-12형 미사일로 괌에 사격한다는 도발 카드는 실제 발사를 염두에 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에 심리적인 압박을 주기 위한 용도였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새로운 대북제재 2371에 대한 반발과 불안감의 표시라는 것이다. 정 실장은 “북한이 정말 괌을 타격할 의도가 있었다면 사전에 공개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괌 사격 계획이 사전 노출되면 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공개한 좌표대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요격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방어능력만 확인해 주는 꼴이 된다. 북한 입장에선 미사일이 요격되면 자존심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북한이 화성-12형을 쏘기 전에 미국이 원포인트로 선제타격을 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상당히 합리적 결정을 했다”면서도 “만약 안 그랬으면 재앙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괌 포위사격’ 카드를 과감하게 꺼냈지만 미국의 강한 말 폭탄과 대응에 꼬리를 내린 셈이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더 심각하게 보았다. 세종연의 중국 전문가인 정재흥 연구위원은 “중국은 북한이 괌에 미사일을 쏠 가능성을 7대 3으로 높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을 벼랑끝 전술로 보면서도 검증 결과 실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은 장삿속을 챙겼다. 중국은 북한이 공해상에 무탄두 로켓을 발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고 한다. “중국은 또 이번에 북한이 괌에 미사일을 쏠 경우 미국이 사드로 요격에 실패하면 한국에 배치한 사드의 효용성 문제와 연계시킬 생각도 있었다”고 정 위원은 전했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두 번째 이슈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제거를 위한 예방적 선제타격 문제로 옮겨갔다. 이상현 세종연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은 항상 전쟁하는 국가로 언제라도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모든 옵션에 군사적 수단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적 조치는 가능성으로 열어 놓은 것이지 실제 사용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대북군사조치를 실행할 땐 그 효과와 비용, 인명피해, 국제적 여론 등을 감안해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발사하려는 미사일 발사대 한 곳만 정밀타격하는 것은 (큰 부담 없이)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괌에 미사일을 쏘려고 할때 그 미사일이 장착된 발사대를 토마호크 미사일 등으로 사전에 파괴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입장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의 대응은 더 과감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럴 경우 미국은 해당 미사일에 대한 원포인트 정밀타격은 물론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선제타격 과정에서 북한의 방공망·핵시설·지휘부에 대한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남훈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 예방적 선제타격은 지난해 말부터 거론됐다”며 “현재는 선제 타격할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 미사일로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은 참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시행할 때 북한의 보복전이 전면전으로 확전될지 여부는 중국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실장은 “중국이 원유와 석유제품을 끊으면 북한군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며 “중국의 원유 공급 없이 북한군이 장기적으로 치러지는 전면전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군이 비축하고 있는 석유는 잘해야 2∼3개월 분량이다. 북한이 전면전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전투력인 전차와 자주포 등 기동장비들을 장기간 가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이 한 해 동안 수입하는 기름은 100만∼150만t이다. 이 가운데 원유 50만t은 북·중 송유관으로 중국이 북한에 공짜로 공급한다. 또 일부는 유조선과 트럭으로 북한에 수입된다.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로 북한 선박의 해외항구 출입이 봉쇄되고 북한의 외화 유입이 차단되면 이조차 수입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지불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중국이 북한에 석유 수출을 중단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러자 북한은 석유 수입선을 러시아로 돌렸다. 그 여파로 올해 러시아의 대북 석유수출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석유는 연간 20만∼30만t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기름을 수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실장은 “중국이 북한에 석유를 1∼2주만 끊어도 추가 핵실험은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원유 수입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봉쇄에 협조하도록 남중국해 자유항행조치, 대만에 1조6000억원어치 무기판매, 지적재산권 조사, 수퍼 301조 발동 등 다양한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미·일 공조 체제로 중국을 더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권태환(전 주일무관) 국방대 교수가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을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 방위대강을 개정하고 방위비를 GDP의 1.2∼1.4% 올릴 전망”이라고 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곧바로 중국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진창수 세종연 소장도 “북핵 위기를 틈타 일본은 헌법 개정과 자위대 합법화에 무게중심을 옮기는 등 우파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결국 북한 문제가 중국 문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코리아 패싱’을 막고 주도권을 가지려면 한·미·일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국방개혁 등으로 군사적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정리=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토론참석=세종연 이상현(전 외교부 정책기획관) 연구기획본부장·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정재흥 연구위원, 국방연구원 조남훈 책임연구위원, 국방대 권태환 초빙교수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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