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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 마스터스 그린재킷 판매 금지

중앙일보 2017.08.18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2005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오른쪽)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는 필 미켈슨. 1997년, 2001년, 2002년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네번째로 우승한 우즈는 그린재킷을 가지고 나갈 수 없었다. [중앙포토]

2005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오른쪽)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는 필 미켈슨. 1997년, 2001년, 2002년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네번째로 우승한 우즈는 그린재킷을 가지고 나갈 수 없었다. [중앙포토]

마스터스를 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그린재킷의 소유권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51년된 경매 물건 명물이냐 장물이냐
마스터스 두 번 우승한 넬슨 재킷
17일 현재 1억3000만원 호가
오거스타 “도둑 맞은 것” 판금 신청
경매사 “ 보관 않고 방치했던 것” 주장

케네디 클럽세트 13억원 역대 최고
사인 있는 스코어카드, 포스터 인기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17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과 마스터스 대회를 운영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주식회사(ANI)가 골프 기념품 경매회사 ‘그린 재킷 옥션스’를 상대로 16일 미국 연방법원에 그린재킷 판매금지 및 반환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법원 조지아 남부지원은 18일 이를 인용 판매금지를 결정했다. 만약 법원이 기각하지 않았다면 그린재킷은 20일 낙찰 예정이었다.
 
‘그린 재킷 옥션스’는 현재 그린재킷 3개를 경매에 내놨다. 이 중 가장 가치가 큰 건 마스터스에서 두 차례 우승(1937, 42년)한 바이런 넬슨의 재킷이다. 2006년 94세로 작고한 넬슨은 생전 옷이 낡거나 몸무게가 변하면서 모두 6벌의 그린재킷을 입었다. 경매에 나온 건 66년 받은 그의 두 번째 그린재킷이었다. 시작가 2만5000달러(약 2843만원)였던 이 재킷은 17일 현재 11만5000달러(약 1억3000만원)다. 나머지 재킷은 우승자들의 옷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일반 회원의 것이다.
 
마스터스 챔피언은 금으로 된 메달을 받고 클럽하우스 모양의 트로피에 이름을 새긴다. 하지만 더 상징적인 게 그린재킷이다. 우승자는 회원들 것과 같은 초록색 재킷을 받는다. 선수는 이 옷을 가지고 나가 입을 수 있는데, 평생 딱 1년뿐이다. 다음 대회 때 재킷을 클럽에 반납해야 한다. 두 번째 우승 때는 옷을 반출할 수 없다. 재킷은 클럽 라커에 보관하며 매년 대회 기간 중 골프장 안에서만 입을 수 있다.
 
ANI측은 “회원이나 선수들은 재킷의 점유권만 가지며, 소유권은 클럽에 있다”고 주장했다. ANI는 1961년 “재킷을 분실했다”며 반납하지 않은 개리 플레이어에게 “만약 숨겨 놓고 있다면, 공개 석상에서는 절대 입을 수 없다”고 경고한 일화를 공개했다. ANI는 또 “일반 회원의 재킷은 반출 자체가 불가능하며, 바이런 넬슨의 재킷도 공식적으로 클럽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경매 물건은 2009년 절도로 반출된 장물”이라고 주장했다.
 
훔친 물건인지 모르고 샀더라도 장물은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원주인 손을 떠나 있거나 주인이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경우, 법원은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그린 재킷 옥션스는 “초기 그린재킷은 그냥 상징에 불과했다. 골프 역사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린재킷들은 방치되고 버려졌다.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은 67년 이전의 그린재킷은 보관도 안해놨다”고 주장했다. 경매회사는 또 “클럽이 재킷의 존재 유무를 8년간 모르고 있다가 경매에 나오자 소송을 제기한 건 문제다. 분실됐다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그린재킷 경매는 네 차례 열렸다. 최고낙찰가는 68만2229달러(약 7억7600만원)였다. 초대 대회(1934년) 우승자인 호튼 스미스의 재킷인데, 우승 때 받은 것은 아니었다. 우승자에게 그린재킷을 입히는 전통은 49년 생겼다. 올초에는 중고매장에서 5달러에 산 그린재킷이 경매에서 14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경매회사는 “ANI가 소송을 걸어 구매자들이 위축되면서 이번 경매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낮다”고 불평했다.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골프 기념품은 116만 달러(약 13억2000만원)를 기록했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클럽 세트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널드 파머는 평범한 퍼터도 하나에 10만 달러를 호가한다. 경매회사는 1928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 2위의 은메달도 60만 달러로 추정했다. 메달에 우승자인 ‘골프의 성인’ 보비 존스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까지도 골프 채가 골동품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선수의 사인이 된 스코어카드나 대회 포스터 등 종이류가 인기다. 같은 스코어카드라도 사인이 멋진 월터 헤이건의 물품은 더 비싼 값에 거래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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