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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사망 사고 땐 작업장 가동 즉시 중지된다

중앙일보 2017.08.18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앞으로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것과 같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장 가동이 즉시 중지된다. 2차 재해 방지대책이 마련되고, 안전성이 보장될 때만 가동을 재개할 수 있다. 사실상 작업장의 장기 폐쇄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형사처벌도 강화된다.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 마련
위험성 높은 작업 대기업 직접해야
산재 발생 기업 제재 조치도 강화
경영상 손해 감수하게 정책 바꿔

또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던 유해·위험성이 높은 작업은 원청(대기업)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는 외부 위탁이 금지된다. 원청의 정규직이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의결했다. 이번에 의결된 내용은 박근혜 정부 당시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것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산재사고에 대한 대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산재가 발생하면 경영상 심각한 손해를 감수하도록 간접 제재조치를 대폭 강화했다.
 
대표적인 게 사망과 같은 중대 산재 발생에 따른 제재조치다. 중대 산재가 발생하면 즉시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사업장을 재가동하려면 사고 원인 규명과 대책 등을 담은 2차 재해 방지책을 마련하고, 이 방지책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도록 작업장 개선작업을 해야 한다.
 
이런 조치를 취한 뒤 작업 재개 승인 심사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은 근로감독관이 판단해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했다. 앞으로는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심의위원회에서 작업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안전성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중지명령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으로선 제조와 건설 작업이 전면 중단돼 경영상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예컨대 안전사고가 난 건설현장에선 필요할 경우 공사 설계변경 등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작업 중지에 따른 인건비, 공사지연배상금 등 이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사는 최악의 경우 파산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안전법을 개정해 형사처벌도 강화할 계획이다. 사망 등 중대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지금은 7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벌금이나 집행유예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이를 뜯어고쳐 징역형에 상한만 두던 규정을 고쳐 하한(징역 1년 이상)도 명시해 반드시 처벌토록 할 방침이다. 벌금도 1억원에서 10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한다.
 
이와 별도로 안전조치 의무위반으로 사내하청 근로자가 사망하면 원청에 과징금을 별도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기업과 사업주는 작업중지, 형사처벌, 과징금의 삼중 제재를 받는 셈이다.
 
정부는 또 원청(대기업)의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은 도급이나 위탁을 받은 안전관리전문업체가 산업안전에 대한 관리나 책임을 도맡았다. 앞으로는 안전보건관리를 원청의 정규직이 수행해야 한다.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도 원청과 발주자가 공동으로 져야 한다. 위반하면 원청이 하청와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는 얘기다.
 
김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현재 도급 인가를 받은 위험 작업에 종사하는 하청 근로자가 852명 정도”라며 “이번 대책이 실행되면 아마 이들을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라면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각종 설비와 재료에 대한 위험성 정부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음식배달원, 퀵서비스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영세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다.
 
또 정신적 건강을 산업재해 보호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해 ‘감정노동자 보호 입법’을 추진한다. 이에 앞서 ‘고객응대 근로자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보급하기로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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