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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김수현의 생각 읽으면 부동산 정책방향 보인다는 데 …

중앙일보 2017.08.18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8월 2일 김현미(55) 국토교통부 장관은 휴가 중이었다. 그는 이날 갑자기 출근해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김 장관이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 없었다는 의미로 읽혔다.
8ㆍ2 부동산 대책 ‘설계자’인 김수현 사회수석(왼쪽)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와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8ㆍ2 부동산 대책 ‘설계자’인 김수현 사회수석(왼쪽)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와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실패 기록한 『부동산은 끝났다』
건설업을 통한 경기부양 탈피 등
공급자 위주의 정책 접근법 벗어나
다주택자, 임대사업자로 전환 추진
책에서 다뤘던 일부 내용 현실화

청사진 담은 『꿈의 주택정책을 … 』
독일 포함 유럽 국가 주택정책 분석
“임대주택 비중 커 집값 상승 제한”
미국의 ‘자가 소유 확대’는 비판
“서브프라임 사태로 부작용 폭발”

다음날인 3일 오전엔 대책의 파장과 향후 전망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추가 설명에 나선 주인공은 김수현(55) 청와대 사회수석이었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내며 ‘부동산 브레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8·2 대책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빼면 참여정부 때 나온 부동산 규제를 집대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3일 간담회에서 “이번 정부는 어떤 경우에든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유세 강화에 대해선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공급 확대 요구에 대해선 “온당치 않다”고 답했다. 책임자가 아니고선 할 수 없는 답변의 수위와 강도였다. 그런 그가 간담회에서 “참여정부 실패론, 공급 부족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께 내가 쓴 책 두 권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며 소개한 책이 『부동산은 끝났다』(2011년) 와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진미윤 공저·2017년)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주머니에 있다”고 한 만큼 대책 ‘설계자’로 꼽히는 김 수석의 두 저서를 통해 정부가 내놓을 추가 부동산 대책의 밑그림을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동산은 끝났다』는 참여정부 시절 매년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집값 급등이란 실패를 가져온 데 대한 ‘백서’ 성격의 책이다. 결론적으로 김 수석은 부동산은 시장이 과열되면 진정책, 침체되면 부양책을 내놓고 ‘한 방’에 해결될 거라고 믿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수도권 인구가 정점을 찍는 2020년까지를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킬 ‘호기’로 봤다. 문재인 정부 임기와 겹친다. ‘긴 안목으로 천천히’ 가야 할 대책의 방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급자’ 위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정부는 건설업을 통한 경기부양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 보유세 대 거래세 비중을 4대 6에서 6대 4 또는 7대 3으로 바꿔야 한다. 영세민을 위해 싼 집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개발 이익을 환수하되 재정지원을 병행해 공공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정책을 편다면 지금보다 집값이 낮아져 손쉽게 내 집을 장만할 수 있게 되며 궁극적으로 굳이 내 집이 아니어도 되는 사회가 올 것이다.”
 
위 내용에서 볼 수 있듯 대책에서 타협할 수 없는 원칙 4개로 제시한 것이 ▶건설업을 통한 경기 부양 탈피 ▶부동산 세금 원칙의 흔들림없는 추진 ▶가계와 은행 건전성 ▶개발이익의 공유다. 이에 반해 “경기 조절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3개 수단은 ▶전매금지 기간 설정 ▶청약자격 강화 ▶분양가 규제다. 김 수석은 “4개 원칙을 규범으로 가져간다면 다른 건 시장 상황에 맞춰 정부가 결정해도 상관 없다”고 썼다.
 
이번 8·2 대책을 통해 현실화한 내용도 엿보인다. 책에선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감면하는 대신 이들을 모두 임대사업자로 등록시켜 소득세를 걷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썼다. 공공 임대주택 확대 방향은 “자가 소유 비율을 전체의 65%로 잡고 15%는 공공 임대주택, 10%는 민간 임대주택, 5%는 공공보조를 받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책 내용과 맞닿아 있다.
 
『부동산은 끝났다』가 백서라면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는 청사진에 가깝다. 김 수석이 문 대통령의 자문 그룹인 ‘심천회’(心天會) 멤버로 활발히 활동하던 대선 직전 쓴 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빗겨갔던 오스트리아·스위스·독일 등 유럽의 주택 정책을 분석했다. 언급한 세 나라의 공통점은 임대주택 비중이 높아 ‘내 집 마련’ 욕구가 적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이 책에선 이들 나라를 “집을 ‘투기 수단’이 아닌 ‘거주 공간’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싱가포르는 결혼 후 3년이 지나면 시세의 반값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독일·오스트리아 사람 대부분은 민간 임대주택에 산다. 유럽 국가는 공공 임대주택 비율이 평균 18%에 이른다(한국은 5% 이하).”
 
반면 80년 이상 자가 소유 확대를 추진해 온 미국은 저소득층이 주택 정책에서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 부작용이 일거에 폭발한 사례로 들었다. 그는 선진국 사례를 통해 “자가 소유 주택을 권장하는 기존 주택 정책의 틀을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임차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의 확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수석이 두 책을 통해 드러낸 시각은 6·19 대책과 8·2 대책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김 수석이 “한 방보다 긴 안목으로 가야 한다”고 썼지만 시장은 8·2 대책을 강력한 한 방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보유세 인상 카드나 공공 임대주택 대폭 확대 같은 카드는 아직 꺼내들지 않았다. 정부는 조만간 임대주택 확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수현
1962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과제·국민경제 비서관을 역임하며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을 담은 ‘8·31 부동산 대책’ 수립에 관여했다. 이후 환경부 차관, 세종대 교수, 서울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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