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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빌트인 가전’ 공략 … LG전자 포문 열었다

중앙일보 2017.08.18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LG전자가 17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열었다. 왼쪽부터 건축가 톰 메인, LG전자 송대현 사장, 배우 김성령,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최상규 사장. [신인섭 기자]

LG전자가 17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열었다. 왼쪽부터 건축가 톰 메인, LG전자 송대현 사장, 배우 김성령,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최상규 사장. [신인섭 기자]

17일 명품 가구 매장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학동로의 5층 건물에서 개관식이 열렸다. 전면 유리로 외관을 단장한 이 건물 1층 출입구엔 ‘SIGNATURE KITCHEN SUITE’란 영문 간판이 걸렸다. LG전자가 이날 국내에 처음으로 문을 연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전시관이다.
 

국내 첫 프리미엄 전시관 오픈
똑같이 1대 팔아도 수익성 높아
기존 제품은 이미 시장 포화 상태
북미·유럽 새 먹거리로 자리 잡아
삼성, 미국 업체 인수 유통망 넓혀

총면적 1918㎡ 규모의 전시관 내부는 ‘생활이 예술이 되는 공간’을 주제로 꾸며졌다. 고급스러운 내부 디자인을 연출하기 위해 LG전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미국 건축가 톰 메인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3층에는 독일 ‘포겐폴’, 이탈리아 ‘다다’ 같은 명품 가구와 LG전자의 초프리미엄 가전제품이 고급스런 공간을 연출했다. 4층에선 유명 셰프로부터 요리를 배우면서 최고급 가전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LG전자가 17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열었다. [사진 LG전자]

LG전자가 17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열었다.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이런 전시관을 연 건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오픈 행사에서 송대현 생활가전(H&A) 사업본부장(사장)이 “올해는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에서 기반을 굳건히 다지는 원년”이라며 “혁신 제품들로 예술적 체험 공간을 꾸민 이곳을 시작으로 글로벌 빌트인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전제품은 전자 기기 중에서 경쟁자가 많아 시장이 포화 상태인 분야로 꼽힌다. 모바일 같은 다른 IT 기기에 비해 혁신의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리다. 가전업계가 프리미엄 제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똑같이 1대를 팔아도 수익성이 높아서다. 686L 얼음정수기냉장고, 110L 전기오븐, 12인용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풀패키지는 가격이 3000만원을 넘는다.
 
프리미엄 빌트인은 수익성 외에 해외에서의 성장성도 높다. 국내시장에서 빌트인 주방가전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10% 정도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40%에 이른다. 주택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주방용 가전의 배치를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글로벌 빌트인 가전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450억 달러(약 50조원)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은 약 15%를 차지한다. 일반 가전과 마찬가지로 빌트인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률이 3배가량 높다. 독일의 밀레·보쉬, 미국의 서브제로&울프, 모노그램 같은 세계적인 빌트인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특히 빌트인 주방가전 사업은 여러 프리미엄 주방가전 제품들을 함께 판매할 수 있다.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 B2B를 통한 대규모 판매도 가능하다.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빌트인 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연간 6000억원 규모인데 B2B 시장이 80%가량을 차지한다. 다만 리모델링 가구를 중심으로 개인 수요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또 프리미엄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고 경기의 영향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 홍보실의 김경환 책임은 “고급스러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소비자 사이에 정착되면 중저가 제품의 판매도 함께 올라가는 ‘브랜드 내 낙수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빌트인 시장인 미국에서 고객들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80개 수준이던 매장을 연내 두 배 수준으로 늘리고 학동로에 들어선 것과 같은 체험 존도 캘리포니아주에서 상반기 중 오픈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미국 주택건설협회(NAHB), 미국 최대 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ASID)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주방 리모델링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빌트인 시장에서는 주택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제품의 최종 선택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이를 고려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자체 브랜드로 프리미엄 빌트인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현지 브랜드 M&A를 통해 시장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를 약 1500억원(추정가)에 인수해 유통망을 확보한 뒤 제품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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