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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종차별 상징물 철거에 "아름다운 동상...슬프다"

중앙일보 2017.08.18 00:57
[UPI=연합뉴스]

[UPI=연합뉴스]

샬러츠빌 유혈사태 이후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남부연합 동상이 철거된 걸 계기로 17일(현지시간) 폭풍 트윗을 남겼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당국은 16일 남부연합 동상 4개를 모두 철거했다. 로버트 E.리 장군과 토머스 잭슨 장군 등 남북전쟁 당시 전투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의 조형물이다. 남부연합 상징물은 남북전쟁의 원인인 노예 제도와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증오의 상징물'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집결시키는 빌미가 되자 볼티모어시 등이 샬러츠빌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밤샘 철거를 단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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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는 연달아 남긴 3개의 트윗에서 "아름다운 동상과 조형물의 철거로 인해 우리 위대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찢기는 걸 보니 슬프다"면서 "역사는 바꿀수 없지만, 그로부터 배울 수 있다. 로버트 E. 리, 잭슨-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워싱턴? 제퍼슨?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의 도시와 마을, 공원에서 사라진 미는 엄청난 손실이며,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썼다. 트럼프가 남부연합의 지도자들과 비교한 '워싱턴'과 '제퍼슨'은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을 비롯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다.  
 
이에 앞서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을 겨냥해 "자기 홍보를 좋아하는 린지 그레이엄은 내가 큐클럭스클랜(KKK·백인우월주의과격단체), 신나치,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시위 도중 숨진) 헤이어와 같은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했다는 거짓말을 했다. 매우 역겨운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선거에서 크게 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은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레이엄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인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공화당 지도부가 잇따라 등을 돌리자 낙선 압박을 가한 셈이다.

철거된 남부연합 상징물. [AFP=연합뉴스]

철거된 남부연합 상징물.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공화당원) 켈리 워드 박사가 플레이크에 맞서 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기쁘다"며 차기 연방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중진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워드 박사를 대놓고 응원했다. 트럼프는 "플레이크는 국경과 범죄에 약하며 상원에서 영향력이 없다. 그는 독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신공격도 퍼부었다. 또한 그의 '양쪽(both sides)에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혹독하게 비판한 언론에 대해서도 "대중은 가짜뉴스가 얼마나 정직하지 않은지를 배우고 있다"며 "그들은 내가 증오와 편견 등에 대해 말한 것을 완전히 오도한다. 수치스럽다"고 남겼다. 
 
남부연합의 상징물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수십년간 이뤄져왔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한 교회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9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철거 운동에는 탄력이 붙었다.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친 샬러츠빌 유혈사태로 비로소 철거가 단행된 셈이다. 
 
샬러츠빌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 신나치 등의 극우 과격세력이 이들에 반대하는 반인종주의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유혈사태를 남겼다. 트럼프는 처음엔 "여러 곳(many sides)"에 책임이 있다고 돌렸다가 비난을 받자 사건 발생 이틀 뒤 "인종주의는 악"이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양비론(both sides)으로 물타기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 스티브 코언(테네시) 하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해 벌어진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사태를 비난하는 대신 양비론을 제기해 인종갈등에 기름을 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코언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2번째가 된다. 앞서 같은 당 브래드 셔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지난달 12일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 행위를 했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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