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오디션 참가했다면 무서운 심사위원 견디기 힘들었을 것"

중앙일보 2017.08.18 00:05
가수 임다미씨가 15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수 임다미씨가 15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광복절인 지난 15일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이라는 노래가 공개됐다. '원케이(One K)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이 노래는 다소 특별한 조합으로 선보였다. 한국판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표방한 곡이다. 마이클 잭슨 등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가 만들고, '알라딘'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피보 브라이슨 등 해외 뮤지션, 그리고 가수 정동하와 신인그룹 보이스퍼 등 다채로운 목소리가 합쳐졌다.
 

"동양인은 순종적 고정관념 깨려 강한 메이크업"
호주 오디션 우승자 출신 한국계 호주 가수 임다미
'한국판 위 아 더 월드' 통일 노래 발표 위해 내한
'알라딘'으로 유명한 피보 브라이슨, 정동하와 불러
"외할아버지가 북한 출신, 외국에 있을 수록 통일에 더 관심"

그중에서도 임다미(29)의 이름은 유독 눈에 띈다. 한국에서 나고 9살 때 호주로 건너가, 2013년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호주 '엑스 팩터' 사상 동양인 최초의 우승자였다. 이어 지난해에는 호주 대표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나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깨끗한 고음에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유럽방송연맹(EBU) 회원국 42개국이 출전한 대회에서 호주 국기를 꽂고 나갔던 그가 한반도 통일을 노래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서울을 찾은 그녀를 15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 어떻게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나.  
“통일 문제는 한국과 외국의 온도 차가 큰 것 같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도리어 막연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에서 살다 보면 늘 북한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아직도 전쟁을 하고 있는 거냐, 통일에 대한 가능성은 얼마나 되냐 등등. 노래를 통해 한 번이라도 더 통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 여겨 합류하게 됐다.”
- 외할아버지도 북한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지만, 외할머니나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오징어 한 첩을 짊어지고 산을 넘어 남한으로 오셨다는데 비슷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얼마나 많겠나. 재작년에 호주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DMZ를 방문했는데, 그 때 분단 국가의 현실에 대해 더욱 실감하게 됐다.”    

- '코리안 드림'이라는 곡의 첫인상은 어땠나.  
호주와 유럽 등지에서 할동하는 가수 임다미

호주와 유럽 등지에서 할동하는 가수 임다미

“‘통일(unity)’이란 단어가 또 다르게 다가왔다. 남한과 북한이 같은 꿈을 꾸고, 하나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건 매우 희망찬 일이니까. 곡 역시 전조를 하면서 점차 감정이 고조되고 파워가 넘친다.”
 
지금이야 인기와 명성을 다 가진 가수가 됐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긴 도전의 여정이 있었다. 성악가 출신의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일찌기 유학을 떠나왔지만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로 한국과 호주를 오갔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2011년 가스펠 음반을 내기도 했지만 노래에의 꿈은 더 커졌다. 피아노 강사로 일하던 그녀에게 오디션은 꿈을 이뤄줄 절호의 찬스였다. 머라이어 캐리, 비욘세 등의 경연곡으로 심사위원을 사로잡았고 마침내 우승자가 됐다. 
 

-한국에도 오디션 프로가 많은데 지원해볼 생각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위대한 탄생’(지금은 폐지된 MBC 오디션 프로) 지원서까지 뽑아놨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호주에서 이미 CCM 가수로 데뷔한 만큼 활동을 계속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원했다 하더라도 한국 심사위원들은 너무 무서워서 아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수 임다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수 임다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음악적 도전을 계속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보시다시피 나는 결코 작지 않은데도 하나같이 ‘작은 동양인’이라고 하더라. 동양인은 말수도 적고 조용하고 순종적일 거라 지레 짐작하고. 그래서 그런 편견과 맞서 싸우기 위해 무대의상과 메이크업도 더 자신감있고 파워풀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서양에서는 피부 톤도 더 어둡고 섹시하게 해달라는 주문이 많은 반면, 한국에서는 더 하얗고 어려보이게 만드는데 집중하더라. 전형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그런지 악플도 많았지만 그럴수록 더 내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 시간 탄탄히 쌓아온 실력은 '오디션 유명세'가 끝난 후에 더 진가를 발휘했다. 소니와 계약을 맺고 내놓은 첫 싱글 ‘얼라이브(Alive)’를 시작으로 지난해 발매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까지 대부분의 앨범이 7만장 이상 팔리면서 호주 음반산업협회로부터 플래티늄 인증을 받았다. 뮤지컬 ‘그리스’를 통해 배우로도 변신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지난해 발매된 앨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 7만장 이상 팔려 호주 음반산업협회로부터 플래티늄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발매된 앨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 7만장 이상 팔려 호주 음반산업협회로부터 플래티늄 인증을 받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사람들이 내게 원하는 것 사이의 갈등이 있잖나. 내년 초쯤 나올 음반엔 그런 얘기들을 주로 담을 생각이다. 대학원 전공도 살릴 겸 재즈 음반으로 기획 중인데 그때는 한국에서도 꼭 공연을 해보고 싶다."
오디션에서 우승한 2013년 결혼에도 골인한 그는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남편에게 각별한 마음을 표했다. "결혼하면 더이상 꿈꿀 수 없을 것만 같아 두려웠는데 오히려 도전에 힘을 실어줬다. 설겆이하고 청소하면서 노래 부르라고 주신 재능은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 남편의 조언과 격려가 큰 힘이 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