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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타임→프리스타일’…역대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은 ‘당당ㆍ회피ㆍ사과’

중앙일보 2017.08.17 15:30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답을 조율하는 기존의 방식을 탈피한 ‘프리스타일’로 진행됐다. “떨리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고자 했던 100일”이라며 “그동안 부족함은 없었는지 돌아보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100일을 전후해 향후 국정운영 방향의 견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어왔지만 대체로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취임 초기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며 힘든 100일을 보내서다.  
 

임기 초 국정운영 비판 속 회견 많아
조용히 넘어간 박근혜, 2번 고개숙인 이명박, 비판 수용한 노무현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취임 100일 회견 생략한 박근혜=북한 3차 핵실험(2013년 2월 12일)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등으로 임기 초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에서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자원 개발과 새마을운동 전수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정치적 이벤트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100일은 조용히 임하겠다”고 했다. 난해한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작전 타임을 가진 셈이다. 다만 100일 닷새 전인 5월 31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신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을 텐데 출발이 늦다보니 100일이라는 게 별로 실감도 안 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에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에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특별기자회견서 두번 사과한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116일째의 특별기자회견(2008년 6월 19일)에서 2번이나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광우병 파동 때문이었다. 100일 당일에 연 국무회의에서는 “오늘은 자축해야 하는 날이지만 자성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광우병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지 22일만에 회견을 열고서도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으로 회견문을 낭독한 뒤에는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반면 이어진 질의에선 광우병 파동과 공기업 민영화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미리 준비한 답변자료를 거의 보지 않고도 상세히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중앙포토]

◇산적한 현안…방어형 기자회견한 노무현=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98일째인 2003년 6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향해 쏟아진 각종 비판을 수용했다. 이라크 파병과 전교조 연가투쟁, 측근ㆍ친인척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이었다. 그는 “모두 잘했다고 말씀드리지 않겠다. 시행착오도 있었다”며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고 정착시키는 데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0일 동안 우리 사회에서 빚어진 여러 현안들 대부분이 이런 전환에 따른 진통을 반영하는 것이며, 물론 저와 정부의 잘못도 적지 않았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쳐가겠다”고 덧붙였다. 
 ◇DJ는 국민과의 대화,100일 회견의 시초 YS=외환위기 수습으로 정신없는 100일을 보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5월 10일 방송을 통한 국민과의 대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대신했다. 당시 그는 “외환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수출을 늘리고 외국투자를 많이 끌어와야 한다”며 경제개혁을 강조했다. ‘100일 회견’의 시초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1994년 6월 당시 8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비교적 당당한 자세로 회견에 임했다.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 등 초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했다고 평가 받은 덕분이다. 그는 회견에서 “제2의 건국을 한다는 각오로 함께 전진하자“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한뒤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한뒤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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