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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도 우릴 유령 취급, 한국이 우리에게는 군함도"

중앙일보 2017.08.17 10:45
2017년 5월 경기도 여주시의 한 돼지 농장 분뇨 처리시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스 중독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1.8m 깊이의 맨홀 안에서 작업을 하다 갑자기 가스에 질식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여주소방서]

2017년 5월 경기도 여주시의 한 돼지 농장 분뇨 처리시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스 중독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1.8m 깊이의 맨홀 안에서 작업을 하다 갑자기 가스에 질식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여주소방서]

2년 전에야 합법적 노조가 결성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의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목숨을 끊는 현실에 대해 고발했다. 17일 방송된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는 이주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 출연했다.  
 
자신을 네팔 사람이라고 소개한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1998년도에 한국에 와 이주노동자의 삶을 시작했다. 우다야 라이는 "2005년 4월 이주노조가 만들어졌으나 노동부가 설립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고 법정 분쟁 끝에 대법원에서 2년 전에 최종적으로 합법노조의 지위를 정식 인정해줬다"고 설명했다.  
 
우다야 라이에 따르면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로 생명을 잃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다야 라이는 "청주시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했던 네팔 노동자 케서브 스레스터가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다른 공장에 가고 싶다, 네팔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가 사업주에게 거절당한 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며 "사업주가 '네팔로 갈거면 비행기표를 구해와서 완전히 가라'고 했는데 이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까지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양돈장 돼지분뇨 정화조를 청소하다가 네 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돼지의 분뇨가 꽉 찬 정화조 속으로 들어가 작업하다 황화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처음엔 작업자들의 실수가 아닌가 의심했는데 알고 보니 방독면만 있었어도 괜찮은 상황이었다"며 "비용을 아끼려고,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다 보니 5월 한달간 돼지 분뇨를 치우다 사망한 사람이 4명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 측은 3년짜리 '고용허가제'가 부당한 현실에도 저항할 수 없게 하는 족쇄라고 말한다. 3년 간은 고용주 허가 없이 중간 이직을 할 수 없는 등의 허가제 내용 탓에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와 성희롱 등을 당해도 꼼짝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 고용주가 이직을 허용해주지 않을 경우 사업장을 이탈하면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제로는 10시간에서 12시간 가량 휴가 없이 일을 했지만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8시간 일한 것과 마찬가지로 임금이 지급돼도 저항하지 못한다.  
 
우다야 라이는 "정부도 이 고용허가제에 만족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박근혜 정부도 그렇고 지금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냐"고 묻자 "지금까지로는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안 처장은 "아무래도 정부 초기이기도 하고 인수위원회도 없었고 이주노동자들 권리는 항상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지 않나"라며 "출범 100일을 맞아서 3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을 한 사업장에 강제로 붙잡아 놓는 고용허가제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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