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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피해자와 결혼한 성폭행범에 면죄부' 없앤다

중앙일보 2017.08.17 07:24
레바논이 성폭행범이 피해자와 결혼할 경우 면죄부를 주는 법을 폐지한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올 초 요르단·튀니지가 유사한 법안을 철폐한 뒤 이어진 조치다. 
지난해 12월 피해자와 결혼한 성폭행범에게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 포함된 형법 522조 철폐를 요구하는 레바논 여성운동가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위 중이다. 16일 레바논 의회는 이 법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피해자와 결혼한 성폭행범에게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 포함된 형법 522조 철폐를 요구하는 레바논 여성운동가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위 중이다. 16일 레바논 의회는 이 법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의회는 이날 성폭행·폭행·납치와 강제결혼에 대한 형법 522조 폐지를 결정했다. 522조에는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면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레바논 의회, 형법 522조 철폐 결정
지난 4월 요르단도 유사 법조항 폐지
"여성의 승리 …아동 결혼 등도 없애야"

얼마나 많은 레바논 여성들이 성폭행 가해자를 위해 강제 결혼하는지 파악한 통계는 없다. 여성 인권활동가들은 “주로 시골 지역에서 많이 벌어지는 일”이라며 실태 파악의 어려움을 전했다.  
 
레바논의 여성인권 단체는 형법 522조 철폐를 위한 운동을 1년 넘게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 4월 요르단이 비슷한 내용의 형법 308조를 폐지하는 정부안을 발의한 뒤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여성 단체들은 ‘하얀 드레스가 성폭행을 감출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웨딩드레스를 찢는 퍼포먼스 등을 벌이며 성폭행범 면죄부 발급에 저항해 왔다. 
 
법안 폐지가 결정된 뒤 성평등을 위한 비정부기구 ‘아바드’는 페이스북을 통해 “레바논 여성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성범죄자는 더는 처벌을 피할 수 없으며, 이는 여성 존엄의 승리이다”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세계적인 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매우 긍정적이고 오랫동안 기다려 온 여성 인권 보호 결정”이라며 “부부간 성폭행, 아동 결혼 등도 즉시 근절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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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권단체들은 비슷한 독소조항을 갖고 있는 바레인·이라크·쿠웨이트·시리아 등 인근 아랍국가들에도 레바논의 결정이 영향을 미처 법안 폐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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