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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만두자!" CEO들 떠나자 '토라진' 트럼프

중앙일보 2017.08.17 06: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시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위원단에서 활동했던 최고경영자(CEO)들의 사퇴, 자문위 해체로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그의 트위터를 통해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의 경영인들에게 압박을 가하느니, 차라리 둘 다 활동을 중단하겠다. 고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잘못 끼운 첫 단추 '샬러츠빌 유혈시위'
사건은 지난 12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를 외치는 이들의 대규모 시위에서 비롯됐다. 샬러츠빌이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반발하는 이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로버트 리 장군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동맹의 사령관이었다. 그동안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이 시위로 3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치는 등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
백인 우월주의 시위 현장. [AP=연합뉴스]

백인 우월주의 시위 현장. [AP=연합뉴스]

인종차별에 미온적인 대응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습 태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시위를 주도한 백인우월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에 반대하며 시위에 참여한 반인종주의자들까지 싸잡아 비판한 발언이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이 지난 14일 "인종주의는 악"이라는 새로운 입장을 발표하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 비판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15일 그는 다시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격앙된 목소리로 "한 이야기(폭력사태)를 놓고 두 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대안우파'를 공격한 '대안좌파'는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는가"라고 반문한 뒤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 끔찍하고 끔찍한 날이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케네스 프레이저 머크 회장.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케네스 프레이저 머크 회장. [EPA=연합뉴스]

자문위 '줄사퇴'
인종차별 시위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미온적인 대응이 트럼프 자문위원회 경영자들의 '줄사퇴'를 불러왔다. 우선 14일 다국적 제약업체 머크(Merck)의 케니스 프레이저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흑인이다.
 
프레이저 CEO는 "미국의 지도자는 태생적으로 만민이 평등하다는 미국의 이상에 반하는 증오, 편견, 집단 우월주의 등을 분명하게 거부함으로써 우리의 근본적인 사고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CEO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직후 다른 기업의 경영자들도 사퇴를 선언했다. 유명 스포츠웨어 업체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가 사퇴했다. 그는 "내 나라와 우리 회사를 사랑한다. 다양성이 하나 되는 스포츠의 힘에 집중하려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플랭크에 이어 반도체업체 인텔의 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도 블로그를 통해 "우리의 분열된 정치 환경이 미국 제조업의 쇠퇴를 비롯한 심각한 문제를 불러오고 있음을 환기시키기 위해 사임했다"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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