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정치와 적폐 청산 돋보여
코드인사·졸속정책은 문제점
진정성 있는 협치로 돌파해야
그러나 100일간 드러낸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한 통신료 인하 시도, ‘강남과의 전쟁’을 재연시킨 8·2 부동산대책도 마찬가지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등 탈원전정책 역시 예비전력이나 대체에너지 수급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나 사회가 미처 준비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변화를 강요하면 가장 큰 피해는 노동자나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후보) 4명의 낙마에서 드러난 ‘코드 인사’ 본능도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사례다.
무엇보다 악화일로의 안보 위기는 문 대통령의 역량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잇따라 쏘아대고 미국은 ‘화염과 분노’ ‘전쟁 불사’로 맞받아쳐 한반도가 6·25전쟁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미 모두에 외면당한 ‘운전석론’을 외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카드를 내놓지 못해 ‘코리아 패싱’ 우려를 샀다. 사드 배치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문 대통령의 100일 성적표는 ‘총론 합격, 각론 미흡’으로 매겨질 듯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 문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는 높지만 야권에선 “협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의석 120석의 여당만으로는 ‘100대 국정과제’의 절반조차 실현할 수 없는 구도다. 문 대통령은 진심으로 야당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