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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세상] “베트남 출신이라는 점 살려 한국과 연결고리 되고 싶어”

중앙일보 2017.08.17 01:03 종합 19면 지면보기
이주배경청소년과 한국 청소년들이 설계해 만든‘평화마을’모형. 학생들은 공항을 평화마을의필수요소로 꼽았다. [사진 무지개청소년센터]

이주배경청소년과 한국 청소년들이 설계해 만든‘평화마을’모형. 학생들은 공항을 평화마을의필수요소로 꼽았다. [사진 무지개청소년센터]

“생명을 지켜주는 병원과 안전을 담당하는 경찰서는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할 것 같아. 공항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다문화·탈북가정 자녀 75명
한국 청소년 75명과 2박3일 캠프
‘평화마을’ 함께 설계해 제작
의견 나누며 마음의 간격 좁혀

지난 8일 충남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베트남·인도·중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청소년 75명과 한국 청소년 75명이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수련원 강당 바닥에 종이박스로 만든 모형 집과 병원·경찰서·공원 등이 하나둘씩 세워졌다. 이들은 각각 15명씩 한 모둠을 이뤄 2박3일 동안 서로가 생각하는 ‘평화마을’을 설계하고 모형으로 만드는 일을 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주최한 ‘통통통 캠프’를 통해서다.
 
무지개청소년센터는 올해로 6회째 이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배경청소년과 한국 청소년들 사이의 벽을 좁히고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게 캠프의 취지다.
 
캠프에서 청소년들은 평화마을을 함께 구상하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갔다. 베트남 출신 청소년이 많은 모둠에서는 베트남식 가옥이 평화마을 한쪽에 자리 잡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공항이었다. 한국 청소년 비율이 높은 모둠에서는 방송국 등 다른 건물들에 우선순위가 밀렸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모둠은 공항을 평화마을에 꼭 있어야 할 필수요소로 선택했다.
 
캠프에 참여한 중국 출신 청소년 리밍(가명·15)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서로에게 오갈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끝나고 보니 한국 청소년들과 2박3일을 터놓고 지낼 수 있었던 이번 캠프가 서로의 마음을 이어 주는 비행기 역할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중도입국한 이지혜(가명·14)양도 이번 캠프에 참가했다. 이양은 “처음엔 한국말도 서툴고 생김새도 다르다 보니깐 적응이 힘들었다. 일부 친구는 대놓고 차별을 하기도 했는데 점점 지내다 보니 다들 착한 친구였다. 나도 열심히 공부해 베트남 출신인 것을 활용해 한국과 세계를 잇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배경청소년’은 다문화가정자녀·중도입국청소년·탈북청소년 등 부모 또는 본인이 외국에서 이주한 청소년들을 일컫는다. 청소년복지지원법은 이주배경청소년을 ‘다문화가족의 청소년 또는 그 밖에 국내로 이주해 사회 적응 및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현재 국내 거주 청소년 중 약 24만 명이 이주배경청소년이다. 2006년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설립된 무지개청소년센터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하나둘학교’와 중도입국청소년을 위한 ‘레인보우스쿨’ 프로그램 등 이주배경청소년의 사회 적응과 진로 탐색을 돕고 있다.
 
이주배경청소년들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무지개청소년센터는 한국어·경제 등 교육교재 6종 1800권을 제작해 지난달 위탁교육기관에 배포했다. 고의수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은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같은 공동체 시민인 이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도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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