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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법인세 올리는 유일한 나라, 한국

중앙일보 2017.08.17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최고 22%에서 최고 25%로 인상하는 정부 안이 발표됐다. 3% 포인트 인상으로, 어떤 정부에서보다 강도가 높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선 27%까지 올려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대기업을 부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자증세로 포장했다.
 
일반적으로 세금을 인상할 때, 세 가지 기준을 검토한다. 확보 가능한 재원 규모를 살피고(세입 규모), 세금 부담이 적절히 나뉘었는지 보고(형평성), 세금으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 수준(효율성)을 분석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개방화하면서 모든 국가는 법인세 정책을 입안할 때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입안한다. 법인세는 경제성장에 주는 충격이 크므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대세이다.
 
기업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기업에서 많은 소득을 창출하고, 고용이 일어나고, 국가에 세금을 낸다. 기업이 없으면, 시장경제도 없다. 그래서 각국은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국가보다 낮은 세율로 유인책을 편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모든 국가가 법인세율 인하를 얘기한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 정부는 반대로 법인세 인상을 정책으로 내놓았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다. 다른 경쟁국의 동향에 민감해야 한다. 법인세율 자체만 놓고 보면 미국·일본은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높다. 이들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강대국이므로 문제가 없지만,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법인세율이 낮아야 살 수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가장 낮은 법인세 부담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우리의 법인세율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간 수준이지만, 국가경제 크기를 생각하면 더 낮춰야 한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미래를 보지 않고, 현재 대기업의 담세능력이란 개념을 들고 나와 법인세 인상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 듯하다. 법인세 정책은 담세능력이란 희귀한 논리로 접근해선 안된다. 법인세는 기업의 투자를 결정하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경제성장을 결정한다. 법인세 수준이 높으면 대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고, 고용이 축소되고, 나라의 소득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결국 법인세 인상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담세능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국가경제의 미래를 생각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을 부자 범주에 넣은 것은 무개념의 극치다. 대기업이 좀더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잘하도록 법인세를 낮출 생각은 하지 않고, 서민 복지를 위해 부자인 대기업이 더 높은 세금을 부담해라는 논리는 지극히 구시대의 사고다.
 
재정학에선 단호하게 결론짓는다. ‘법인세는 국민이 부담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50년 이상 축적된 재정학의 지혜를 한번 검토해 보라. 복잡한 경제모형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다른 선진국들의 법인세 인하동향을 따라만 해라. 그게 국가미래를 생각하는 올바른 자세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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