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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판도라 상자' 여는 검찰…'보수 정권 10년' 겨냥하나

중앙일보 2017.08.15 17:40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제출받은 국정원 정치개입 외혹 자료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휴일 출근해 자료 분석 몰두
민간인 사이버팀 운영 자금도 검토
전 정권 '윗선'으로 수사 커질 수도

우선 오는 30일 선고가 예정된 원세훈(66)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의 변론재개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자료 분석과 법리 검토에 따라 파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도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새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원 전 원장 재임 시절 청와대는 물론, 이후 국정원 수뇌부로까지 검찰의 칼날이 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검 공소유지팀은 광복절인 15일에도 출근해 TF 자료 검토에 몰두했다. 이 자료엔 2009~2012년 활동한 민간인 ‘사이버 외곽팀’ 활동 내용과 국정원이 2011년 11월 청와대에 보고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의 작성·보고 경위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우선 사이버 외곽팀 활동 자료를 분석해 원 전 원장의 혐의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2013년 ‘댓글 수사’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의 지시를 받고 활동한 ‘외부 조력자’ 그룹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민간인 이모씨 외엔 신원을 특정하진 못했다. 
 
하지만 국정원 TF 자료를 통해 사이버 외곽팀의 신원, 아이디(ID)와 활동 내역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공소유지팀 관계자는 “기존 공소장의 범죄 일람표에 사이버 외곽팀의 명단과 범죄 내역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의 재판은 지난달 24일 변론이 종결됐지만 재판부가 검찰의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이면 30일로 예정된 선고가 연기된다.
 
2016년 국정감사를 앞둔 국가정보원 모습 [중앙포토]

2016년 국정감사를 앞둔 국가정보원 모습 [중앙포토]

 검찰 안팎에선 원 전 원장의 재판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전·현직 국정원장, 고위 간부 등‘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아직 중간조사 단계인 TF의 최종조사가 완료되면 정권 스캔들 차원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국정원 ‘댓글부대’ 등의 사이버 활동 외에도 오프라인 상에서 불법 정치개입 활동이 있었는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제출 받은 ‘SNS 문건’ 자료엔 당시 관계자와 보고 일자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한다. 
앞서 TF는 2011년 10월 4일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이 문건을 작성해 11월 8일 보고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10일 뒤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에 SNS 대응팀 강화를 지시하고 그해 12월 심리전단이 35명 증원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윗선의 구체적인 지시 등이 있었는지 따져볼 방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윗선들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의 ‘새인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TF 조사에서 실체가 드러난 사이버 외곽팀의 활동비·급여 등 ‘자금 집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남재준(73) 전 국정원장은 2013년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감사에서 민간인 이모씨에게 11개월간 3080만원의 활동비를 국정원 특수활동비 예산으로 지급했다고 인정한 적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적인 활동에 국정원 예산이 투입됐다면 (관련자들에게) 예산 전용에 따른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곽팀의 팀장 역할을 한 민간인 30명이 당시 국정원 간부, 직원 등과 어느 선까지 연결됐는 지도 검찰이 밝혀야할 문제다.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14일 팀장 30명의 신원을 특정해 국정원에 수사 의뢰를 할 것을 권고했다. 국정원이 권고를 받아들여 수사 의뢰를 할 경우 검찰은 사건을 배당해 정식 수사에 나서게 된다.
 
검찰은 앞으로 수사팀을 어떻게 꾸릴 지 고심 중이다. TF 형태로 새로운 수사팀을 구성하거나 기존 공안2부와 형사부에 검사 파견을 지원받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지원군은 17일 등장한다. 지난 10일 단행된 검찰 인사로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에서 일한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에 대거 부임하기 때문이다. 진재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김성훈 공공형사수사부장, 이복현·단성한 부부장 등이다.
 
최근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놓고 정치권의 반응이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으로 엇갈리는 점은 검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14일 TF에 대해 ”적폐 청산을 가장한 정치보복이자 보수야당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당은 이에 대해 “정치보복 주장은 ‘적폐 감싸기’”라고 주장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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