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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 게임 제작사가 갑질” PC방 점주들, 공정위에 제소

중앙일보 2017.08.15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15일 정식 출시되는 PC게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사진)’를 두고 PC방 점주들과 게임제작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갈등을 벌이면서 PC방과 게임 업체 간의 불편한 공생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11일 전국 PC방 점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블리자드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제소했다.
 

블리자드, 그래픽 개선해 오늘 출시
시간당 250원 별도 요금 내야 해
점주들“새 게임 아닌데 말도 안돼”

1997년 출시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e스포츠산업과 PC방 시장을 키운 ‘일등 공신’이다. 출시 첫해 전 세계에서 팔린 게임 CD 950만 장 중 450만 장이 한국에서 판매됐다. 외환위기 시절이었던 당시 PC방은 유망 사업으로 떠올랐고 이후 시장이 급성장해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PC방이 1만 곳을 넘는다.
 
블리자드는 지난 3월 “스타크래프트의 그래픽·음향 등을 개선한 리마스터 버전을 올여름 선보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게임 업계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4K UHD의 고화질 화면과 개선된 음향효과가 특징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19년간 영어로만 제공됐지만 이번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한 13개 언어로도 이용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대한 흥행 예감에도 불구하고 PC방 점주들은 “거대 미국 게임기업의 갑질로 소상공인들이 불합리한 게임 이용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호소한다.
 
‘인문협’이 공정위에 제소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블리자드는 그간 무료로 서비스한 게임에 대해 시간당 250원의 별도 요금을 내야 하는 ‘PC방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았다. 게임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도 PC방에서 게임을 할 수 있고 추가로 경험치를 제공하고 PC방 전용 리더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돈은 손님이 추가로 더 지불하는 게 아니라 PC방 점주들이 블리자드에 추가로 내는 것이다.
 
논란이 된 서비스는 이번 스타크래프트 외에 ‘던전앤파이터’나 ‘블레이드&소울’ 등 다른 온라인게임들도 PC방들에 이미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인문협은 “기존 스타크래프트에서 화질만 보정했으면서 마치 새로운 게임을 내놓았다는 듯이 새로운 과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인문협은 또 “이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구매한 개인 사용자가 PC방에서 게임을 즐길 때도 ‘PC방 프리미엄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 판매 및 이중 과금”이라고 지적한다.
 
이상화 인문협 서울지부장은 “전체 상품에 대해 판매를 했으면서 이미지만 바꿔 돈을 추가로 더 물어가는 것은 잘못됐다”며 “PC방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PC방 점주들은 게임 이용료를 추가로 부담하고 제작사들은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리자드 측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고 말을 아끼는 입장이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와 ‘오버워치’를 출시하면서 ‘PC방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했을 당시에도 PC방 점주들에게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결국 해당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각종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흥행이 점쳐지는 데다 인기 게임을 찾는 사람들이 PC방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굳이 PC방 업계와 날 선 공방을 벌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인문협이 공정위까지 이 문제를 들고 간 것은 향후 PC방과 게임 업체 간의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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