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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고생 63% “실험쥐 삼지 말라, 수능 절대평가 반대”

중앙일보 2017.08.15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2021학년도 개편안, 전국 583명 설문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능만으로 대학이 학생을 뽑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러면 내신이 중요해지니 친구들과 내신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 같아요. 언니·오빠들 말로는 지금도 이미 고교는 ‘내신 전쟁터’라던데….”

수능 영향 줄어 내신 경쟁 치열해져
친구들 사이에 벽 더 심해질 우려
“대학 면접 강화해 부담 늘 것” 51%
“동아리 활동하고 싶다”28%는 지지

 
지난 10일 교육부가 내놓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에 대한 생각을 묻자 서울 소재 한 중학교 3학년 김모(14)양은 중앙일보에 이렇게 답했다. 이번 시안은 현재 중3 학생부터 적용되는데 절대평가 적용 과목이 현재보다 늘어나는 게 핵심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육부는 “수능에서 수험생 간 경쟁이 완화돼 학습 부담이 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개편안 적용을 받는 김양은 “학교에서 내신 경쟁만 치열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중고교생들은 이번 시안을 어떻게 볼까. 중앙일보는 11~13일 온라인 설문을 통해 전국 중고교생 583명(중앙일보 TONG 청소년기자단, 종로학원하늘교육 재원생)에게 의견을 물었다.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물어보니 응답자 중 63.4%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런 학생들은 ‘수능 절대평가→수능 변별력 저하→학생부전형 확대’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수능 절대평가화로 내신 중심의 학생부교과전형, 내신과 비교과활동을 함께 보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서울 무학여고 2학년 안혜리(16)양은 “학교에서 내신 경쟁이 줄면 좋겠는데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내신 1.5등급 이내는 SKY(서울·고려·연세대), 2등급까지는 서울 소재 대학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친구 사이엔 ‘벽’이 있는데 더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고양시 대진고 1학년 서정환(15)군은 “내신 등 학생부는 입학 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이후에 만회가 어렵다. 수능은 뒤늦게라도 열심히 하면 ‘역전’이 가능한데 그런 기회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학생들은 수능 절대평가 반대의 이유로 “내신 경쟁이 심해지고 사교육이 늘 것”(65.3%), “면접 등 대입 준비 부담이 늘 것”(51.4%·복수 응답 허용)을 꼽았다. 부분적 절대평가 도입인 1안을 지지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대입 면접 강화 등 준비 부담’(54.4%), ‘일부 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공정한 경쟁과 평가가 될 수 있다’(51.3%)를 제일 많이 꼽았다.
 
한편 2안(전 과목 절대평가)을 선호한 학생들(27.9%)은 그 이유로 ‘수능 경쟁 완화 등 절대평가의 원래 목적을 살리기 위해’(59.1%), ‘국어·수학이 상대평가로 있으면 관련 사교육이 늘 것’(52.3%·복수 응답) 등을 꼽았다. 경기도 의왕시 백운중 3학년 한지유(14)군은 “고등학교에선 수능 공부보다는 동아리·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내 꿈을 찾는 데 더 시간을 들이고 싶다. 모두 절대평가로 바꾸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개편 시안 1, 2안 모두 내년 고1부터 신설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수능 필수 과목에 포함하고 있다(절대평가 방식). 반면 중앙일보 설문에 응답한 학생 64.4%는 “수능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서울 세화고 2학년 김정모(16)군은 “1학년 때 배우고 2년 뒤 수능을 치르면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느냐. 학원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생들은 “우리를 ‘실험쥐’로 삼지 말아 달라”며 입시제도 변경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서정환군은 “대입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이 확대되면서 고교에서 내신 경쟁이 너무 치열해 부담이 크다.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면 고교 내신 부담을 줄여 달라”고 주문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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