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선 한물 간 태블릿, 한국선 인터넷 강의·게임 덕에 인기

중앙일보 2017.08.15 01:00 종합 15면 지면보기
해외선 판매가 부진한 태블릿PC가 국내선 교육과 게임 수요에 덕에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 Cnet]

해외선 판매가 부진한 태블릿PC가 국내선 교육과 게임 수요에 덕에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 Cnet]

세계적으로 하락세인 태블릿PC가 한국에선 틈새시장을 형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태블릿PC 출하량은 2014년 147만6000대에서 지난해 239만3000대로 2년 만에 62%나 증가했다. 가전 양판점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태블릿PC 열풍은 최근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6월 태블릿PC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들은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국내 태블릿PC 시장에 다양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5월 ‘갤럭시북10.6’ ‘갤럭시북12.0’ ‘갤럭시탭S3’를 선보였다. 애플은 지난달 13일 ‘아이패드프로10.5형’을 국내에 출시했다.
 

대화면 폰에 밀려 세계 출하량 급감
국내선 교육 콘텐트로 새 시장 형성
작년 240만 대 출하, 2년 새 62%↑
출퇴근 직장인 게임용으로도 각광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딴판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4년 2억4250만 대로 정점을 찍었던 글로벌 태블릿PC 출하량은 올해 1억9430만 대에 그칠 전망이다. 올 1분기(3260만 대)까지 10분기 연속 출하량이 줄어들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 8일 발표한 올 상반기 글로벌 모바일 트렌드 보고서에서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 태블릿PC”라고 평했다. 그만큼 전망이 어둡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태블릿PC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 중인 이유는 경쟁 상대인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서 본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윤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이 태블릿PC의 장점을 흡수한 ‘패블릿(폰+태블릿PC)’으로 진화하면서 기존 태블릿PC 수요를 잠식했다”고 분석했다. 5인치 이상 대(大)화면으로 무장한 패블릿이 늘면서 화면 크기만 보고 태블릿PC를 소비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얘기다. 선풍적 인기를 모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태블릿PC가 한국에서 유독 건재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세 갈래로 분석한다. 우선 멈출 줄 모르는 사교육 열풍이다. 김애리 한국IDC 책임연구원은 “국내 태블릿PC 시장은 교육 콘텐트와 접목돼 확고한 틈새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자녀의 인터넷강의(인강) 시청 용도로 찾는 학부모 수요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세계 태블릿PC 시장이 침체하던 2015년 국내에선 태블릿PC와 연계된 교육 콘텐트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유명 사교육 업체들은 그사이 수강 신청 이벤트로 태블릿PC를 증정해 가며 수요를 늘렸다. 내년부터는 초·중등학교 코딩 교육이 의무화하면서 수요가 더 늘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다른 나라에서보다 장시간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국내 수요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기기 사용자의 10%는 하루에 3시간 이상 모바일게임을 즐겨 미국이나 프랑스 등(1시간30분가량 이용)과 대비됐다. LG전자 관계자는 “한 시간 안팎의 출퇴근길에 모바일게임을 하기 위해 태블릿PC를 구매하는 직장인이 적잖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대중교통수단 안에서 짬짬이 게임을 하는 데 패블릿보다 화면이 넓어 눈이 덜 피로한 태블릿PC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차별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월 출시된 갤럭시탭S3는 4개의 스테레오 스피커를 내장해 음향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소음 속에서도 깨끗한 음향을 얻길 바라는 교육과 게임 분야의 수요를 감안했다. LG전자가 7월에 출시한 8인치형 ‘G패드4’도 290g의 초경량 무게를 내세워 패블릿과 노트북 쪽으로 옮겨 가던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