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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아세요? 백팩 길게 메면 다리 짧아 보인대요

중앙일보 2017.08.15 01:00 종합 17면 지면보기
올 해외 패션 브랜드의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슈트 차림에 백팩을 착용한 모델이 종종등장했다. [사진 디올]

올 해외 패션 브랜드의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슈트 차림에 백팩을 착용한 모델이 종종등장했다. [사진 디올]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에는 정장에 백팩(back pack·배낭)을 멘 검사가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 황시목 검사(조승우 분)다. 말쑥한 회색 양복에 넥타이까지 갖춰 매고 검은 정장 구두를 신었지만, 깔끔한 슈트케이스 대신 그가 선택한 가방은 두툼한 검은색 백팩이었다.
 

슈트에도 딱 … 대중화된 백팩 패션
장하성·김동연·강경화 등 애용
‘백팩 패권주의’ 우스갯소리도
스마트폰 시대 양손의 자유 선사
정장 구두보다 로퍼와 잘 어울려

사실 슈트에 백팩은 이미 많은 직장인 남자들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은, 그리 새삼스럽지 않은 패션이다. 다만 우리 사회 안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사법부 공무원, 그것도 검사의 차림새로는 이례적이긴 하다. 함께 등장하는 검사 중에 백팩을 메는 이가 없다는 것도 백팩이 황시목 검사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치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 백팩이 무얼 상징하길래.
 
드라마에서 벗어나 현실 정치권의 풍경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의 백팩 패션 말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 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남녀 불문 출근길 패션으로 정장에 백팩을 매치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백팩 패권주의’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용성 갖춘 백팩
이달 초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숲’에서 검사 역할을 한 조승우의 백팩 패션.[사진 tvN]

이달 초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숲’에서 검사 역할을 한 조승우의 백팩 패션.[사진 tvN]

 
본래 슈트에 백팩은 슈트에 운동화만큼이나 언밸런스한 조합이다. 2004년 방영한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재벌 2세로 등장한 조인성 전까지는 말이다. 당시 조인성은 말쑥한 슈트에 백팩을 메고, 스니커즈를 신은 패션을 선보였다. 당시엔 파격적이었으나 조인성 스타일은 센스 있는 직장인 스타일의 교본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 사이, 어색하기만 했던 직장인의 백팩은 직장 남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부상했다. 솔직히 이젠 너무 흔해 진부해 보일 정도다.
 
백팩 패션의 대중화로 백팩 패션은 초기와는 다른 이미지를 얻었다. 실용적이고 젊은 이미지 말이다. 백팩은 그 어떤 가방보다 많은 짐이 들어가고, 또 그 어떤 가방보다 편하다. 게다가 어디서나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직장인의 연장인 노트북을 넣고 다니기에 제격이다. 한 손에 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 사람들에게 양손의 자유를 선사한다는 점도 백팩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지난 7월 15일 백팩 공항패션을 선보인 아이돌 그룹샤이니의 키.[사진 MCM]

지난 7월 15일 백팩 공항패션을 선보인 아이돌 그룹샤이니의 키.[사진 MCM]

그렇다면 정부 고위직 역시 단지 실용성 때문에 백팩을 선택하는 것일까.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정장을 입어 격식은 갖추면서도 고루하거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백팩만큼 좋은 아이템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백팩 안에는 노트북 하나쯤 들어 있을 걸로 추정되지 않느냐”며 “스스로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즉 직접 일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격식 파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백팩을 즐겨 메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백팩은 스타 공항 패션의 단골 아이템이기도 하다. 박해진·하석진 등 남자 배우들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는 황금남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남자 연예인의 공항 패션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패션 아이템이 백팩”이라고 말했다.
 
연예인부터 정치인까지, 남자에게 백팩이란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정장에 백팩을 즐겨 멘다. [사진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정장에 백팩을 즐겨 멘다. [사진 연합뉴스]

이쯤 되면 백팩이야말로 남녀노소, 말단부터 고위직까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대체불가 유일무이 패션 아이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슈트에 백팩은 원래부터 짝이 맞는 조합은 아니었으므로 불협화음을 내지 않으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신발을 각별히 주의해 고를 것을 당부한다. 슈트에 으레 신는 정직한 신사화보다는 캐주얼한 로퍼나 스니커즈가 더 어울린다. 여기에서도 챙겨야 할 점이 있다. 지나치게 캐주얼한 스니커즈보다는 가죽 소재의 얌전한 디자인이 더 어울린다.
 
황 스타일리스트는 백팩을 멜 때 끈 조절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길게 메면 다리가 짧아 보이고, 짧게 메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며 “끈 길이를 조절해 허리와 엉덩이 사이에 백팩 아래쪽 끝이 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또 끈이 양쪽에 있다고 해서 항상 양쪽으로 메라는 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쪽 끈을 한쪽 어깨에만 둘러메 편안함을 강조할 수도 있다. 무심하게 툭 걸친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연출하는 것이다.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럽고, 젊고 활동적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는 백팩 패션. 어쩌면 남자 패션의 새로운 클래식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르겠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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