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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는 길 뚫어줘 … ‘신명’ 받은 38세 이동국

중앙일보 2017.08.15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이동국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걸까. 그는 은퇴를 고민할 시점인 30대에 제2의 전성기를 맞더니 만 38세가 된 올해 축구대표팀에 복귀했다. 지난달 27일 FC 서울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이동국. [연합뉴스]

이동국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걸까. 그는 은퇴를 고민할 시점인 30대에 제2의 전성기를 맞더니 만 38세가 된 올해 축구대표팀에 복귀했다. 지난달 27일 FC 서울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이동국. [연합뉴스]

“마흔을 앞두고 있는데 솔직히 내가 들어가도 되는 자리인지 여전히 조심스럽네요. 대표팀이 어려운 시기에 소방수 역할을 맡아 부담이 큽니다.”
 

돌아온 베테랑, 한국 축구 구할까
2년 10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
월드컵 본선 진출 걸린 두 경기
이란·우즈베크전 해결사 기대

신 감독 “K리그서 충분한 경기력”
이동국 “팀 다잡는데 앞장설 것”

수비는 변화보다 완성도에 초점
김영권·김기희 등 중국파 재기용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스트라이커이자 ‘대박이 아빠’로 유명한 이동국(38)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축구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소식에도 그는 흥분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팬들에게 꼭 월드컵 본선진출 소식을 전하겠다. 나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투지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동국이 벼랑 끝에 몰린 한국축구대표팀의 해결사로 나선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기로에선 대표팀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경험’과 ‘리더십’을 갖췄지만, 특별대우를 요구할 생각도 없다. 객관적인 경기력으로 당당히 후배들과 경쟁한다는 각오다.
 
신태용 감독이 14일 오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전에 나설 26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14일 오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전에 나설 26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은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과 10차전에 나설 대표팀 엔트리 26명을 공개했다. 신 감독 부임 이후 처음 선발한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베테랑의 귀환이다.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던 대표팀에 이동국을 비롯해 염기훈(34·수원)·이근호(32·강원) 등 경험 많은 30대 노장들을 수혈했다. 이동국이 A대표팀 붉은 유니폼을 입는 건 지난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 평가전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신태용 감독은 “고참인 이동국이 대표팀 분위기를 잡아주는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K리그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인했기에 뽑은 것”이라 말했다. 신 감독은 또 “이동국의 경기력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마흔이 다 된 이동국이 최전방에서 열심히 뛰는데 후배들이 가만히 있겠나. 베테랑들이 대표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동국에겐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고교생이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막내로 출전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온 부상에 여러 차례 발목을 잡혔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곤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해 최종 엔트리 경쟁에서 탈락했다. 2006년에는 독일월드컵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1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다시 밟았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쳐 ‘16강 탈락의 원흉’으로 몰렸다.
 
그렇게 내리막길을 걷는 듯하던 이동국은 2009년 전북 입단 이후 보란 듯이 부활했다. ‘영혼의 단짝’ 최강희(58) 전북 감독을 만나 동료들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로 거듭났다. 그 사이 태어난 5남매(재시·재아·설아·수아·시안)는 삶의 활력소가 됐다. 이동국은 전북 입단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확실한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K리그에서 올 시즌 포함 총 19년간 457경기에서 이동국이 기록한 득점은 총 196골. 그 중 전북에서 뛴 9시즌 동안 넣은 골이 132골로 전체 득점의 67%나 된다. 어느덧 K리그 개인 통산 200골에도 4골 차로 접근했다. 최근에는 온 가족이 함께 출연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엄하면서도 따뜻한 아빠의 이미지를 알렸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겨둔 현재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승점 13점을 쌓아 본선 직행이 가능한 조 2위를 지키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12점)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일찌감치 조 1위와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과 이달 31일 서울에서, 본선 진출의 경쟁국인 우즈베크와는 다음달 5일 타슈켄트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공격을 이끌 핵심 인물이 ‘(이)동국’이라면 약점으로 지적 받는 수비 불안의 해결책은 ‘중국’이다. 신 감독은 공격과 미드필드진에 새 얼굴을 다양하게 기용하면서도 수비진 만큼은 중국파 위주의 기존 멤버들을 다시 뽑았다. 김영권(27·광저우 헝다)·김기희(28·상하이 선화)는 물론, 올 여름 중국팀 광저우 푸리를 떠나 일본으로 이적한 장현수(26·FC 도쿄)도 다시 불러들였다. 신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수비 조직력이 단단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K리거들과 마찬가지로 21일에 조기 소집이 가능하다. 열흘 가까운 기간 집중 훈련을 실시해 손발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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