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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외국인도 어깨춤,국내 첫 영동 국악체험촌 가보니

중앙일보 2017.08.15 00:01
 
지난 9일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영동국악체험촌. “덩덩 쿵 따 쿵~. 덩덩 쿵 따 쿵.” 강당 안에서 연신 흥겨운 장단이 흘렀다. 영동국악사업소 송정례(50·여) 타악기 강사가 30여 명의 대학생들 앞에서 장구를 가르치는 소리였다. 이들은 ‘노근리 세계 대학생 평화아카데미’에 참여한 학생들로 일본·미국·중국·시리아·네팔 등 10개국에서 왔다. 평화아카데미 3일차 일정으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국악체험촌을 방문했다.

박연 선생 탄생지 충북 영동 심천면 에 212억원 들여 조성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숙박하며 국악 강의 듣고 공연 연습

방문객들 "산세 좋은 영동에서 온 종일 국악 체험 만끽"
국악박물관·국악기제작촌·체험전수관 연계 국악 타운 형성
외국인도 몰려, 세계에서 가장 큰 북 '천고' 타북 체험도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있는 영동국악체험촌에서 대학생들이 장구를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있는 영동국악체험촌에서 대학생들이 장구를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른손에 쥔 것은 열채, 왼손에 쥔 것을 궁글채라고 해요. ‘덩’소리에는 2개를 함께 치고 ‘쿵’에는 궁글채, ‘덩’에는 열채를 두르리면 됩니다. 북·징·장구·꽹과리 4가지 악기로 연주한다고 해서 사물놀이라고 해요.”
 
송 강사가 장단을 외치자 학생들은 구호에 맞춰 장구 연주를 시작했다. 한 여학생이 앞장서 꽹과리를 두드리자 어깨를 들썩이며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진행됐다. 일본인 모에(19·리츠메이칸대 1학년)양은 “처음 접해보는 한국의 전통 악기를 직접 연주해보니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영동국악체험촌 인근에 건립된 난계국악박물관에서 외국인 대학생들이 악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영동국악체험촌 인근에 건립된 난계국악박물관에서 외국인 대학생들이 악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대 악성(樂聖) 중 한 명인 난계 박연(1378~1458) 선생의 탄생지인 영동군은 2000년부터 국악 타운을 조성해 왔다. 난계 선생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심천면 고당리 일원에 난계국악박물관을 세우고 국악기 체험전수관, 난계국악기 제작촌을 만든데 이어 2015년 영동국악체험촌을 잇따라 건립했다. 국내 첫 체류형 국악 체험시설로 연간 10만 여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다.
 
영동 국악 타운 입구에 있는 국악기 체험전수관은 2005년 지어졌다. 애초 국악을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지도자들이 일주일 정도 숙박을 하며 악기연습을 하던 곳인데 장소가 비좁아지자 영동국악체험촌으로 기능을 이관했다. 지금은 소공연장과 향토사 박물관, 국악 카페로 쓰임새가 바뀌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북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천고. 프리랜서 김성태

세계에서 가장 큰 북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천고. 프리랜서 김성태

 
영동국악체험촌은 하루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을 갖췄다. 전문 국악인부터 국악 공연팀, 아마추어 연주가, 일반인들까지 이곳에서 머물며 연습을 하거나 국악 명인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하루 숙박비는 2인실 3만원, 6인실 5만원(식사비 제외) 등으로 저렴하다.
 
7만5956㎡의 터에 212억원을 들여 만든 이 시설은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춘 '우리소리관', 43객실(200명 수용)과 식당이 있는 '국악누리관', 국악 체험·연습이 가능한 '소리창조관'으로 구성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북(Largest Drum)으로 2011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천고(天鼓)’의 웅장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천고는 울림판 지름이 5.54m, 무게는 7t에 이른다.
영동국악체험촌을 방문한여학생이 천고 앞에서 타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영동국악체험촌을 방문한여학생이 천고 앞에서 타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영동국악사업소 민용덕 국악진흥팀 담당은 “방학 기간인 7~8월과 12~1월에는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50∼300명을 수용하는 국악체험실 5곳외 에도 전문가를 위한 연습공간(6곳)과 공연장이 있어 리허설을 하러 오는 국악 단체와 동호인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이날 소리창조관 1층에서는 장구 명인 김청만(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 선생의 강의가 있었다. 다른 연습실에서는 4박 5일 일정으로 영동국악체험촌을 찾은 서울 ‘신명나눔’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연습을 했다.
영동국악체험촌 소리창조관에서 장단 장구의 명인 김청만 선생이 강의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영동국악체험촌 소리창조관에서 장단 장구의 명인 김청만 선생이 강의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노수환(50) 신명나눔 대표는 “1년에 두 번씩 회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며 “음향시설과 공연장, 연습실, 숙박 시설을 모두 갖춰 국악 연습을 하기에 제격인 장소”라고 치켜 세웠다. 김재흠(55)씨는 “산세가 좋은 영동에서 먹고 자며 장구를 치고있노라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당일형 체험 프로그램으로 사물놀이·북 등 국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국악기제작촌에서 장구 등 미니어처 국악기 제작을 할 수 있다. 전통놀이 체험과 국악의상 입어보기, 난타 연주, 천고 타북을 해 볼 수 있다. 국악기 제작과 연주 체험, 심신을 안정시키는 국악 명상 테라피를 할 수 있는 1박 2일 체류형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2박 3일 코스는 영동 지역 관광지인 천태산·물한계곡·월류봉·노근리평화공원·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일정이 추가된다.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있는 영동국악체험촌.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있는 영동국악체험촌. 프리랜서 김성태

국악체험촌 입구에는 다양한 국악기를 볼 수 있는 난계국악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가야금을 비롯한 현악기 14종과 타악기 37종, 관악기 19종 등 총 100여종의 국악기와 국악 의상이 전시돼 있다. 세종실록·대악후보·악학궤범·가곡원류·금보 등 국악관련 고문서도 만나볼 수 있다. 난계의 삶과 업적을 엿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국악기제작촌에서 17년째 장구·북 등 타악기를 제작하고 있는 이석제(52) 대표는 "국악 전공자와 국악 명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전통 방식의 국악기 제작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영동국악체험촌 입구에 있는 국악기체험전수관. 프리랜서 김성태

영동국악체험촌 입구에 있는 국악기체험전수관. 프리랜서 김성태

 
영동국악사업소 장시일 운영팀장 “영동국악체험촌은 국악의 역사와 악기 제작과정, 체험·연주 등 국악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소”라며 “국악 애호가들을 겨냥한 상설 공연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국 전통음악을 대중화 하겠다”고 말했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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