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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가 아파트 내부를 큐레이터와 협업해 꾸민 까닭

중앙선데이 2017.08.13 02:00 544호 26면 지면보기
197㎡ 아파트의 거실. 디자이너 로낭과에리완의 빨간 ‘쁠룸’ 소파,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스펀’ 의자가 조화롭게 배치됐다.

197㎡ 아파트의 거실. 디자이너 로낭과에리완의 빨간 ‘쁠룸’ 소파,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스펀’ 의자가 조화롭게 배치됐다.

서울 성수동에 들어서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핫한 키워드를 여럿 가졌다. ‘서울 최고 분양가’ ‘서울숲’ ‘한강’ 등이다. 가장 화제가 된 분양가의 경우 3.3㎡당 평균 4750만원이다. 강남 입지도 아닌데 서울 시내 일반 청약 단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주택전시관에 가보니

2021년 입주 예정으로, 아직 지어지지 않은 아파트의 내부를 보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들어선, ‘주택전시관’으로 부른다는 건물의 외관은 깨끗했다. 달리 말해 정보가 없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분양 일정이나 아파트 외관 사진, 평면 크기 등을 붙여놓지 않아서다. 대신 주홍색 네온사인 글귀 두 줄이 덜렁 벽에 붙어 있었다. ‘지금까지 망설이게 하는 거라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후회 않겠죠.’
 
그래픽 디자이너 김현수의 작품이다. 한글 타이포그래피와 네온사인으로 메시지를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해진 작가다. 내부에도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모델하우스를 갤러리처럼 바꾸기 위해 대림미술관·디뮤지엄·구슬모아 당구장의 큐레이터가 총출동한 덕분이다. 대림산업 측은 “모델하우스를 꾸밀 때 미술관 큐레이터가 종종 작품을 골라주긴 했지만 이번에는 전시를 하듯 아예 처음부터 협업했다는 게 차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럭셔리는 결국 예술과 통하는 걸까. 그런데 값비싼 명작만 고집하지 않았다. 98㎡, 159㎡, 197㎡의 유니트 내부에는 덴마크 디자이너 야르네 야콥센의 ‘에그 라운지 체어’ 같은 유명 빈티지 가구와 이케아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피카소와 이우환과 같은 대가와 빠키ㆍ최랄라 등 신진 작가의 작품이 교차한다. 미술관의 전시 포스터 역시 눈에 띈다. 방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모습이 마치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더 셀비 하우스: #즐거운_나의_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셀러브리티의 집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미국 블로거 토드 셀비의 사진 중 하나가 방으로 재현된 느낌이다.
 
159㎡ 아파트의 서재

159㎡ 아파트의 서재

작업에 참여한 대림미술관 큐레이터는 “럭셔리라고 해서 꼭 값비싼 것만 추종하는 게 아니다. 취향이 확실하고 좋은 사람을 타깃층으로 삼아 내부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나온 컨셉트가 ‘취향 좋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다. “비싼 것만 놓아도 못 생긴 집이 많다”는 보충 설명을 들으니 컨셉트가 더 확실하게 이해된다. 대림산업 산하 미술관들의 큐레이터들이 총동원되어 예술 작품과 하이엔드 가구, 패스트리빙 브랜드 제품으로 집을 꾸민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분양은 5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7월 말로 두 달 넘게 미뤄졌다. 사전예약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품평회를 열고 거기서 얻은 의견을 다시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완성된 모델하우스를 뜯어내고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인테리어 자체를 과하게 하기보다 고가구부터 유럽 빈티지 가구까지 다양한 소장품을 조화롭게 소화해낼 수 있는 디자인에 더 중점을 뒀다.
 
방 안의 가구와 조명 대다수가 미술관과 대림산업의 소장품이다. 핀율, 한스 웨그너와 같은 대가의 빈티지 가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국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팽이 의자 ‘스펀’처럼 미술관에서 전시를 마친 작가들의 작품도 꽤 많다. 작품마다 작가명과 소장 번호가 매겨진 꼬리표를 달고 있어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작품 같은 주택전시관’은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주요 키워드로 새롭게 추가돼야 할 듯하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대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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