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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의 친척, 그들은 남을 사랑하고 서로 돕는다

중앙선데이 2017.08.13 01:32 544호 27면 지면보기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진사회성 곤충, 개미
미얀마에서 찾은 9900만 년 전 백악기 호박에서 털 달린 공룡 꼬리뼈가 발견됐다. 이 호박에서 함께 발견된 개미는 독립생활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서 찾은 9900만 년 전 백악기 호박에서 털 달린 공룡 꼬리뼈가 발견됐다. 이 호박에서 함께 발견된 개미는 독립생활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어디서나 피크닉을 가면 반드시 만나는 생명이 있으니 바로 개미다. 개미는 우리가 흘린 과자 부스러기에 만족하지 않고 때로는 우리의 도시락을 탐하면서 괜한 미움을 사기도 한다. 지구의 어디든 사람이 소풍을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존재하는 생명이니 개미의 숫자는 어마어마할 수밖에. 무게로 환산하면 개미는 지구에 사는 모든 곤충의 3분의 2 무게와 맞먹는다. 또한 모든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조류와 포유류를 합한 것보다 네 배나 무겁다.

모든 곤충 무게의 3분의 2 차지
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
무게 합친 것보다 4배 무거워

3400만~2300만 년 전 올리고세에
수가 가장 많은 집단으로 번성
벌目에 속하고 말벌과 구조 비슷

 
개미가 번성에 성공해서 곤충 가운데 그 수가 가장 많은 집단이 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신생대 때다. 신생대는 ‘고제3기-신제3기-제4기’로 나뉘며 고제3기는 다시 팔레오세-에오세-올리고세로 구분된다. 개미가 본격적으로 번성하게 된 시기는 바로 신생대 고제3기 올리고세다. 대략 3400만 년 전에서 2300만 년 전이다. 38억 년에 이르는 생명의 역사와 비교하면 극히 근래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리고세의 개미들은 보석처럼 투명하게 화석이 된 북유럽산 호박에서 발견됐다. 나무의 상처에서 수지(樹脂)가 흘러내려 다양한 곤충들을 덮으면서 굳은 호박은 우리에게 옛 곤충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호박 속의 개미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외골격뿐만 아니라 이빨, 털, 몸의 조각 모양까지 수백분의 1㎜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올리고세의 개미들은 오늘날의 개미와 거의 같았다. 1966년까지만 해도 개미 화석은 5600만 년 전에서 3400만 년까지의 에오세에 머물렀다. 그 이전의 화석이 없었다.
 
 
9000만 년 전 개미 생생한 화석 발견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원시 개미(노토미르메키아마크롭스). 사회구조가 다른 현생 개미와 달리 단순하다. 중생대 원시 개미의 사회성도 이 수준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원시 개미(노토미르메키아마크롭스). 사회구조가 다른 현생 개미와 달리 단순하다. 중생대 원시 개미의 사회성도 이 수준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1966년 은퇴한 프레이(Frey) 부부는 미국 뉴저지주의 클리프우드 해변 절벽 밑에서 일개미 두 마리가 들어 있는 호박 조각을 발견하고 프린스턴 대학의 도널드 베어드에게 보냈다. 표본의 중요성을 한눈에 알아본 베어드는 호박을 즉시 곤충 고생물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하버드대 프랭크 카펜터 교수에게 보냈다. 호박 속의 개미를 본 카펜터 교수는 즉시 두 층 위에 있는 제자를 호출했다. 그는 개미 연구자이자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 일반 독자들에게는 『통섭』의 저자로 더 잘 알려진 바로 그 사람이다.
 
호박은 중생대 백악기 중기에 가까운 9000만 년 전에 클리프우드 해변에서 자라던 세쿼이아 나무 수지가 굳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공룡시대에 살았던 개미 화석을 얻었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한 윌슨은 표본을 더듬거리다가 떨어뜨려서 두 조각을 내고 말았다. 다행히 두 마리의 개미는 다치지 않았다. 몇 시간에 걸쳐 현미경으로 개미를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크기를 측정한 윌슨은 호박 속의 원시개미들이 개미와 말벌 두 가지 생명의 중간 특성으로 모자이크된 생명체임을 알아차렸다.
 
원시 개미는 현생 개미처럼 더듬이 첫째 마디가 길고 굽었으며, 가슴 옆구리샘을 덮고 있는 털 커버 같은 게 있었다. 말벌처럼 턱이 짧고 이가 두 개뿐이었으며 몸의 중간 부분을 이루는 두 개의 덮개 역시 말벌을 닮았다. 윌슨은 즉시 코넬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브라운은 중생대의 개미를 발견해 말벌과의 연결고리를 알아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던 사람이다. 꿈은 브라운이 꾸었지만 행운은 윌슨의 몫이었다.
 
윌슨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이 개미에게 스페코미르마 프레이이(Sphecomyrma freyi)라는 학명을 붙였다. 속명(屬名) 스페코미르마는 ‘말벌개미’라는 뜻이고, 종명(種名) 프레이이는 호박을 발견하고 기증한 프레이 부부를 기리는 이름이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곤충학자들이 원시 개미를 찾아 헤맨 지 100년 만에 중생대 개미를 발견하자 그 후엔 갑자기 중생대 개미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모든 중생대 개미들은 스페코미르마속에 속했으며 중생대 백악기 층에서는 곤충 가운데 단 1%만을 차지했다.
당시 지구 땅덩어리는 유럽-아시아-북아메리카가 합쳐진 로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마다가스카르-인도-남아메리카-오스트레일리아-남극이 합쳐진 곤드와나 대륙으로 나뉘어 있었다. 스페코미르마 개미 화석은 모두 로라시아 대륙에서 발견됐다. 그렇다면 곤드와나 대륙에는 다른 개미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짐작대로였다.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였던 브라질 곤충학자 호베르투 브란당은 1억2000만 년 전에서 1억 년 전에 곤드와나 대륙에 살았던 개미를 발견하고 카리리드리스 비페티올라타(Cariridris bipetiolata)라고 명명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자들에게는 화석 외에도 유전자 분석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생겼다. 과학자들은 개미와 말벌에서 300개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미와 말벌이 가장 가까운 친척임을 밝혀냈다.
 
 
원시 개미들은 낮은 수준의 사회성 갖춰
우리가 개미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는 까닭은 개미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진(眞)사회성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먹이를 저장하는 곳과 알·애벌레를 보살피는 곳, 그리고 방어용 진지로 나눠진 거대한 집에서 살며 분명하면서도 헌신적인 분업체계를 갖춘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개미의 사회성은 도대체 언제 등장했을까? 원시 개미들도 현생 개미처럼 복잡한 사회성을 갖고 있었을까?
 
원시 개미의 사회를 화석으로 연구하기는 어렵다. 과학자들이 택한 방법은 원시적인 군체 조직을 보존하고 있는 현생 종, 즉 행동이 살아 있는 화석인 현생 개미를 찾는 것. 과학자들은 고립된 대륙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희망을 찾았고 희망은 1970년대에 현실이 됐다. 주인공은 노토미르메키아 마크롭스. 추운 겨울에 활동하는 몇 안 되는 개미 중의 하나다.
 
노토미르메키아 마크롭스의 사회구조는 단순하다. 여왕개미는 일개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생겼고 병정개미 같은 계급은 없다. 모두 일개미이며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화학신호(페로몬)도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적의 침공을 알리는 공습용이고 다른 하나는 동료와 외부 개미를 구분하는 것이다. 집 밖에서 먹이를 발견해도 혼자 집으로 운반할 뿐 동료들을 동원하지 않는다. 여기에 적합한 화학신호가 없으니 부를 수가 없는 것이다. 말벌과 비슷한 수준의 사회성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중생대 원시 개미의 사회성은 노토미르메키아 개미 수준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지표면이나 얕은 땅속에 작은 집을 짓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먹잇감을 잡아먹는 포식자였을 것이다.
 
흰개미

흰개미

2014년 미얀마에서는 털이 달린 공룡 꼬리를 포함한 호박이 발견됐다. 이 호박은 공룡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공룡 꼬리 옆에 9900만 년 전 개미가 들어 있었다. 학명은 케라토미르멕스 엘렌베르게리(Ceratomyrmex ellenbergeri). 머리에는 큰 뿔이 있고 낫처럼 생긴 주둥이가 머리 위로 높이 솟아 있다. 몸집이 커다란 먹이를 잡는 데 덫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머리의 뿔은 현생 개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중생대 백악기의 개미들은 독립생활을 하며 특정한 먹이를 잡아먹는 포식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스페르코미르마보다 더 오래된 원시 개미들은 말벌과 해부학적으로 더 비슷하며 노토미르케미아 같은 현생 원시 개미와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스터리는 남아 있다. 일개미 없이 혼자 생존할 수 있는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도 개미의 사회성의 기원은 밝혀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다만 개미의 진화사는 둥지와 어미의 보살핌이 먼저 발생한 후에 사회성이 등장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복지가 먼저다.
 
 
개미와 흰개미는 아주 먼 관계
개미

개미

개미와 흰개미는 가까운 친척일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먼 관계다. 생김새부터가 아주 다르다. 개미는 날개 떨어진 말벌처럼 생겼다. 실제로 개미는 말벌, 벌과 더불어 벌목(目)에 속한다. 1억 3000만 년 전에서 1억 년 전 사이의 백악기 중반에 말벌과 비슷한 조상에서 진화해서 꽃이 피는 속씨식물이 등장한 후에 분화했다. 구부러진 더듬이와 잘록한 허리 마디가 특징이다.
 
이에 비해 흰개미는 망시목에 속하는데 바퀴목에 가깝다. 흰개미 조상은 고생대 페름기 또는 석탄기에 나타나서 중생대 쥐라기에 바퀴목과 같은 조상에서 갈라섰다.
 
개미와 흰개미는 진화계통상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강력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진사회성(眞社會性) 곤충이라는 것이다. 진사회성 동물이란 여러 세대로 이뤄진 집단을 구성하고 각 구성원이 분업하여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을 말한다. 그러면 사람은 진사회성 동물일까? 턱없는 이야기다.
 
 
 
이정모 서울 시립과학관장
연세대 생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독일 본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안양대 교수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역임. 『달력과 권력』『공생 멸종 진화』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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