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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vs 헬이스탄불

중앙선데이 2017.08.13 01:00 544호 31면 지면보기
외국인의 눈
요즈음 외국인 친구들이 필자에게 많이 물어 본다. “도대체 헬조선이 무슨 말인가?” 실력이 있어도 취업이 잘 안 되는 한국 젊은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사회적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설명하지만, 외국 친구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외국인 상당수는 한국을 ‘한류 드라마’의 나라로 알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는 대게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잘산다. 그러니 헬조선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도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한 하나의 현상을 최근 접하게 됐다. 바로 헬이스탄불이다. 이스탄불은 터키의 수도가 아니지만,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자 최대 인구 도시이다. 요즈음은 터키 청년들이 이스탄불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 터키의 인기 있는 포털사이트에서 많이 공유된 글을 보게 됐다. 글을 쓴 사람은 이스탄불에서 괜찮은 기업에 다니는 6년차 회사원이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살기 어려워서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회사 생활이 힘들어도 이스탄불처럼 재미있고 유쾌한 도시에서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나의 이러한 의문은 ‘이스탄불에서의 노동의 대가’라는 다큐를 본 뒤 풀렸다. 주인공은 지방 출신 젊은이였다.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해 수도 앙카라에 있는 일류 대학에 들어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인재다. 졸업 후엔 이스탄불에서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하지만 그의 삶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지방보다 10배나 비싼 이스탄불의 집세 때문에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구해야 했다. 인구가 1500만을 넘는 이스탄불의 지하철은 너무 붐비고 출퇴근 시간이 길어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놀아야 하는데 물가도 비싸 그럴 형편도 못 됐다.  
 
한국에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청년 구직난 해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헬조선 현상이 완전히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헬이스탄불을 보라. 주택 문제나 출퇴근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어 보인다.
 
 
알파고 시나씨
하베르 코레 편집장, 전 터키 지한통신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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