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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지열 냉난방 토마토 재배로 온실가스 감축, 연 6000만원 부수입

중앙일보 2017.08.12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CO2 배출권 팔아 돈 버는 농장 2곳 가보니 
옥토앤자인 홍성지점 한재경 시설팀장이 지열히트펌프 작동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옥토앤자인 홍성지점 한재경 시설팀장이 지열히트펌프 작동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일 오전 충남 홍성군 서부면 광리. 논과 밭 사이로 3만800여㎡ 규모의 유리하우스 농장이 눈에 들어왔다. 농업회사 법인 ㈜옥토앤자인의 토마토 농장이다. 충남에서는 가장 큰 하우스 농장으로 꼽힌다. 농장 직원은 30명이다. 2015년 들어선 이곳에서는 연간 1500t의 토마토를 생산한다.
 

전기 안 써 연 2974t 온실가스 줄여
서부발전서 t당 2만원 환산해 지급
시설비 47억원 … 정부가 80% 지원

기름 대신 나무 보일러 설치 딸기농장
연 255t 온실가스 줄여 500만원 수익

배출권 거래 1년 새 2배로 늘어 활기
기업이 투자하고 감축량 갖게 장려를

하지만 이곳은 규모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시설이 있다.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지하수(지열)를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지하 200m까지 300개의 배관(직경 150mm)을 연결해 지하수를 끌어 올린다. 이 물은 12~13도를 유지한다. 겨울철에는 이 지하수를 전기히트펌프를 이용해 가열, 17~20도로 만든다. 히트 펌프 안에는 냉매(프레온가스)가 있다.
 
반면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한다. 지하수를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은 에어컨 가동 원리와 같다. 히트펌프에서 나오는 바람은 하우스에 불어넣어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전기보일러를 사용하던 이 토마토농장은 지난 6월 지열냉난방시스템으로 바꿨다. 이유는 비용절감과 온실가스 절감을 위해서다. 이 시설을 가동하면 냉난방 비용(전기료 등)이 종전의 30%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한다. 그동안 이 농장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난방을 위해 전기보일러를 가동했다. 이 기간에 난방비가 6000만~7000여만원이나 들었다. 한재경 팀장은 “앞으로 난방비가 연간 2000만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열냉난방시스템의 장점은 또 있다. 전기 대신 친환경에너지인 지열을 사용함에 따라 온실가스(CO2)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 농장은 지열냉난방으로 연간 2974t의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진다. 온실가스 감축에 따라 농장은 연간 6000만원의 온실가스 판매수익을 올린다. 한국서부발전이 온실가스 감축량을 비용(t당 2만원)으로 환산해 지급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사업 대상으로 ㈜옥토앤자인과 충남 논산의 딸기 생산농가 1곳(낙원농장) 등 2곳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정했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 농민 최낙원씨가 딸기농장에서 목재펠릿 난방기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논산시 양촌면 농민 최낙원씨가 딸기농장에서 목재펠릿 난방기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딸기농장은 목재펠릿보일러로 딸기 비닐하우스 난방을 하고 있다. 이 두 농장은 앞으로 7년간 온실가스를 감축해 판매수익을 올리고, 사업기간을 연장해 최대 21년간 감축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그 배출권한을 사고팔게 한 제도다. 한국 정부는 2015년 도입했다.
 
외부사업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의무가 있는 기업이 다른 업체와 거래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허용한 것을 말한다. 즉 기업들이 부족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거래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외부사업을 이용해 감축 실적을 채우도록 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박순연 창조농식품정책과장은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는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농업분야에는 이번에 처음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농업분야 외부사업 참여 희망 농업인은 사업계획서 등을 작성해 현장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직접 서류심사와 현장검증을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옥토앤자이와 낙원농장에 시설비의 60~80%를 지원했다. ㈜옥토앤자이의 지열냉난방시스템의 설치비는 47억원, 낙원농장은 40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낙원농장의 목재펠릿보일러는 난방 연료를 종전 기름에서 목재펠릿으로 바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료비가 종전 기름보일러 가동(월 100만원) 때보다 절반인 5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 연료교체로 온실가스를 연간 255t 감축해 5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곳 역시 온실가스 감축량을 한국서부발전이 돈으로 환산해 지급한다.
 
농장 주인 최낙원(67)씨는 10년 전부터 6000㎡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해 연간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씨는 “기름보일러를 가동할 때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돈도 벌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 외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바이오가스 플랜트와 화력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바이오가스 플랜트 사업은 가축분뇨나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전국에 바이오가스플랜트 사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곳은 10곳 정도 있다. 대부분 영농조합법인이나 개인 축산업체다. 농림축산식품부 김화태 사무관은 “이들 영농조합법인 가운데 몇 곳을 온실가스 감축 외부사업 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분야에서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량은 2015년 573만t에서 2016년 1190만t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인 8억5100만t 대비 37%의 의무감축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농업분야 감축 목표는 8.2%(250만t)다.
 
전문가들은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사업 확산을 위해 농업인 대상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기업과 다른 차별화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정민 박사는 “온실가스 감축 외부사업에 대한 농업인의 이해도가 아직 낮고 기업에 비해 농업분야는 자금 부담 등 조건이 열악하다”며 “이 사업이 확산하려면 기업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대신 온실가스 감축량을 얻어가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주 경상대 농화학과 교수는 “농가가 대부분 소규모이다 보니 온실가스 감축 외부사업에 참여해도 비용이 많이 들고 혜택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영농조합 단위로 참여하는 방향을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논산=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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