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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19세기 산모 셋 중 한 명 죽게 한 산욕열, 소독약이 특효였네

중앙일보 2017.08.12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정진호 지음, 푸른숲
 
“21세기에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다.” 독성학자(毒性學者)인 정진호(62) 서울대 약대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이 시행되기까지 왜 이 사건이 20년간 방치되었는가를 문제 삼으며 내건 한마디다. 그는 제2장 ‘약은 어떻게 독이 되는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이렇게 끝내면 안 되는 이유를 따지며 유사한 국민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의약품과 화학물질 안전 관리를 위한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에게 약은 책 제목 그대로 위대하기도, 위험하기도 한 두 얼굴을 보여준다. 정 교수는 인류의 역사를 약학(藥學)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면 “죽음과 질병을 막으려는 간절한 바람이 미신에서 과학으로 진화해온 이야기”였다고 풀이한다. 몸 안에 피를 빼내 병을 치료한다는 ‘방혈(防血) 요법’은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는 무모하기 짝이 없지만 19세기 말까지 2000여 년 서양에선 의심 없이 시술되던 만병통치 치료법이었다. 산모(産母)의 사망률을 10~35%에 이르게 했던 산욕열(産褥熱)은 소독제만 쓰면 무사했을 간단한 병이었지만 세균론이 받아들여지고 소독 기술이 보편화하기까지는 100년 이상이 걸렸다. 편견과 오해를 무릅쓰고 목숨을 건 용기로 전진한 선각자들 덕에 인류는 평균 수명 80세를 바라보게 됐다.
 
정 교수는 가능한 최신에 갱신된 자료들을 교차 검토해 독자 스스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약 정보를 풍부하게 담았다. 아스피린과 비아그라에 얽힌 비화로부터 인공지능이 의사와 약사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의문까지 다채롭다. 약에 관한한 ‘셀프 전문가’가 된 국민을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건강과 약의 사용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따끔하다. 나름 결론은?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훌륭하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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