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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피아노 천재들이 그려 내는 건반 위의 환타지·미스터리

중앙일보 2017.08.12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현대문학
 
음악 작품 해설서 대부분이 범하는 오류가 객관성이다. 작곡가의 생몰년도, 작곡 동기, 음악적 주제의 발전과 소멸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잘못됐다. 사람들이 음악을 그렇게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음악에 대한 이 책의 완벽한 주관성은 매혹적이다. “빗방울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 내리는 듯한 소리.” 이건 바흐의 평균율 1권 1번 프렐류드에 대한 문장이다. “땅울림과도 같은 트레몰로가 정면에서 강속구로 얼굴을, 눈을, 귀를, 온몸을 때린다.” 이 묘사는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음악을 들어보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어쨌거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표현인 건 맞다.
 
세계 각국의 어린 피아니스트들이 국제 콩쿠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작해 세번의 예선과 본선을 거치는 이야기로 쓴 소설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3년마다 열리는 하마마쓰 콩쿠르를 모델로 판타지·미스터리 물에 강한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했다. 만화 ‘피아노의 숲’ ‘노다메 칸타빌레’부터 한국 드라마 ‘밀회’까지 음악과 음악인에 대한 환상을 담아 성공한 작품들의 장점을 모아 놓은 듯하다. 양봉가의 아들로 손에 흙을 묻힌 채 대회장에 나타나는 천재 피아니스트, 집에 피아노가 없지만 세계 무대로 나가고자 분투하는 아이 등이 주인공이다. 이런 극적 캐릭터의 피아니스트들이 극한 상황에서 격돌하고 영감을 나눈다.
 
음악계를 지나치게 환상적으로 각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12년동안 음악계를 취재했다고 한다. 하마마쓰 콩쿠르 전체 내용을 네 번 들었다고 했다. 수없이 다양한 연주를 들은 덕에 음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확신에 차 있다. 읽으면 듣고 싶어진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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