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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자상거래의 진화, 도대체 어디까지?

중앙일보 2017.08.11 09:58
조금 특이한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있다. 사이트에서 한창 제품을 판매 중이다. 그런데 이 상품들의 브랜드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 대신 생산 공장이 전면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G20 정상회담 공식 의류를 제작한 공장에서 만든 청바지', '나이키 제조상이 만든 운동화' 이런 식이다.  
비야오상청 홈페이지, 노스페이스 제조상이 만든 가방을 판매한다. 가격은 259위안.

비야오상청 홈페이지, 노스페이스 제조상이 만든 가방을 판매한다. 가격은 259위안.

같은 공장 같은 품질의 제품이지만 가격은 브랜드 제품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소비자와 생산 공장 사이의 모든 유통 과정을 건너뛰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브랜드 비용도 절감된다. 지난 2014년 말 창업 이후 약 2년여 만에 중국 전자상거래 앱 순위 탑 10에 이름을 올린 비야오상청(必要商城)의 얘기다.    

고객과 공장을 직접 연결한는 C2B 전자상거래 서비스 '비셩상청'
이용자의 니즈와 구매습관이 반영된 생산 시스템


 

고객과 공장을 다이렉트로 연결하다

 
비야오상청은 세계 최초의 C2M(Customer to Manufactory)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표방한다. 기존의 중국 전자상거래들이 고객과 고객(C2C, 타오바오 등), 기업과 고객(B2C, 티몰)을 연결했다면, 비야오상청은 고객과 생산 공장을 직접 잇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는 설명이다.  
 
비야오상청

비야오상청

비야오상청은 프라다, 알마니, 투미 등 럭셔리 브랜드들의 실제 생산 공장들과 다이렉트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이 만든 자체 브랜드 제품들을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공장에서 고객에게 제품이 도달하기까지의 과정(물류, 보관, 리테일, 브랜딩, 마케팅 등)은 생략된다. 비야오상청이 럭셔리 브랜드와 같은 수준의 제품을 최대 10분의 1의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제품군은 패션, 스포츠, 잡화, 가구, 화장품, 주방용품, 전자제품 등으로 다양하다. 매일 5~6개 정도의 상품이 새롭게 등록된다. 8월 7일 기준, 파나소닉과 필립스 제조상이 만든 반자동 커피 에스프레소 머신이 399위안에 팔리고 있다. 비슷한 기능의 필립스 제품(1599위안, 징둥상청)과 비교해 가격이 4배 이상 저렴하다.  
 
비야오상청은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월간 주문량 30만 건을 넘어섰다. 직원이 70명이 채 안되지만, 이미 중국에서 9번째로 많이 다운로드 된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한 기초화장품, 샤워 용품 제품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SK-2, 디오르, 랑콤 등의 실제 제조상들이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수입한 원료로 생산한 마스크 팩, 아이크림, CC크림, 향수 등 제품을 평균 100위안(약 1만 6000원)의 가격으로 팔고 있다.  

 
"우리는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고객과 공장을 직접 연결합니다. 100% 품질의 럭셔리 제품을 1%의 가격으로 실현하는 게 목표입니다. 비야오에 등록된 모든 공장들은 실제 럭셔리 제품을 만들고 있는 제조상들입니다. 원료 역시 동일합니다. 중간 유통 마진과 브랜드 비용을 절감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비야오 상청의 창업자 비셩 CEO의 설명이다.  
비야오상청 홈페이지, 노스페이스 제조상이 만든 가방을 판매한다. 가격은 259위안.

비야오상청 홈페이지, 노스페이스 제조상이 만든 가방을 판매한다. 가격은 259위안.

비야오상청은 동시에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 고객들의 니즈와 구매 습관을 해당 공장들에게 전달한다. 공장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재고 조절에 나설 수 있다. 고객과 생산공장의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의 브랜드나 리테일 업체에 납품할 때보다 효율적으로 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비야오상청은 실제 고객과 자체 제품 위원회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 80% 이상의 선택을 받은 제품만 판매에 나선다. 만약 제품 출시 1개월 후 질량 문제로 인한 반품률이 5%를 넘기면 판매를 중단하고 개선 사항을 생산 공장에 보낸다.
 

"비야오상청은 생산자와 고객의 쌍방향 소통을 중계하는 플랫폼입니다. 앞단에서는 소비자들의 주문을 처리하고, 뒷단에서는 이 데이터를 공급상들에게 분배합니다. 공급상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생산 공장들은 공급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고, 고객들은 자신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함께 윈윈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비성 CEO의 설명이다.  
 
비야오상청은 현재 중국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중국의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 우샤오보, 유명 가수 샤오커 등이 비야오상청의 안경과 셔츠를 애용하고 있다고 밝히며 화제가 됐다. 또한 비야오상청의 비즈니스 모델은 중국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 스터디 케이스로 보고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C2B 시대가 온다

 
최근 전 세계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C2B다. C2B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와 공장이 직접 연결된다는 것이다. 기존 소비자와 생산 단계의 중간에 있던 각종 유통 단계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양질의 물건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산지 직송이나 공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직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C2B

C2B

C2B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공급과 수요의 순서를 역전시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유통의 역할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다 팔릴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고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상품이 시장을 결정하고, 생산자가 소비자를 움직였다. 그러나 C2B 시대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기획하고 주문을 넣는다. 시장의 주도권을 소비자가 가져가는 것이다.  

 
생산자에게도 득이다. 공장은 고객의 니즈를 확인한 후에 생산에 나서기 때문에 창고에 재고가 쌓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동시에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피드백을 통해 생산 효율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단, 생산자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빠르게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스마트 공정을 구축하고, 비야오상청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야 한다. C2B 시대에는 생산자도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C2M은 그동안 생산자 중심의 유통에서 소비자 중심의 소비로의 전환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향후 기존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의 흐름이 현재의 규모화 생산에서 개인화 생산으로 넘어가는 하나의 과도기가 될 수 있다"소후 IT의 설명이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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