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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나뒹구는 ‘피티켓’ … 쓰레기·고성방가·몰카 기승

중앙일보 2017.08.11 02:21 종합 22면 지면보기
지난 4일 오후 7시15분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19시 이후 입욕을 통제합니다. 모두 물 밖으로 나와주세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대부분의 피서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해경과 안전요원들이 보트로 이동하면서 피서객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한 피서객은 “저쪽에서도 물놀이한다.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무질서 판치는 전국 해수욕장 실태
대천·경포 등 매일 수십t 오물 투기
통제 어기고 음주수영·백사장 흡연
인터넷 방송 BJ들, 신체 무단 촬영
애완동물 배설물 안치우고 유기도

보령시 해수욕장사업소 관계자는 “밤새 숨바꼭질을 하는 데 새벽에는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 더 긴장한다. 해수욕장 관리법에 따라 과태료(10만원)를 처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 전국 휴가지에서 ‘피티켓(피서객+에티켓)’이 사라졌다. 쓰레기 무단투기에다 음주 수영, 고성방가, 백사장 흡연 등 꼴불견 형태도 다양하다. 다른 피서객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대천·경포·해운대 해수욕장 등에서 예외없이 이뤄졌다. 분리수거는 커녕 음식물과 플라스틱·유리병까지 무분별하게 버려졌다. 주말에 30t 넘는 쓰레기가 수거되는 대천해수욕장에는 매일 6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수거 예산만 5억원이다.
 
지난 5일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가 널려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5일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가 널려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7시쯤 경포해수욕장 측 관계자들이 파라솔을 걷어내자 짬뽕과 짜장면을 먹은 일회용 그릇부터 술병·담배꽁초까지 다양한 쓰레기가 가득했다.
 
김동근 강릉시 관광과 관광지도담당은 “밤엔 피서객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아 쓰레기 무단 투기가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노출이 많은 해수욕장에서는 ‘몰카(몰래카메라)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선 미얀마인 A씨(27)가 조사를 받았다. 그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카메라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20~30대 여성들의 가슴과 민감 부위가 찍힌 사진이 여러 장 담겨 있었다.
 
최근에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방송진행자)가 급증하고 있다. 몰카범은 적발되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BJ 촬영은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다. 인터넷 방송은 카메라를 앞세워 사람들에게 접근한 뒤 신체 일부를 촬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가족단위 피서객들은 오토바이와 고성방가, 소음 피해를 많이 호소한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문신한 남성이 백사장을 걷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문신한 남성이 백사장을 걷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백사장 흡연도 민폐로 지적된다. 지난 4일 오후 5시쯤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금연 담배꽁초 없는 해변’이라고 적힌 안내판 앞 모래사장에서 20대 남성 3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피서객들이 코를 막으며 지나갔지만 흡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과 10m 떨어진 곳에서도 몸에 무시무시한 문신을 한 남성 2명이 담배를 피웠다. 가족과 함께 피서를 온 최선호(40·서울)씨는 “흡연구역을 만들어놨는데도 아이들이 다니는 해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몰상식한 행위”라며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에티켓도 지켜지 않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해수욕장에서는 반려견으로 인한 민원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목줄을 착용하지 않았거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게 대부분이다. 해수욕장과 계곡 등 피서지 주변에서는 애완동물이 자주 버려지기도 한다.
 
이승구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해변에서 피서를 즐기는 것 자체가 관광상품인데 일부 피서객으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주요 해수욕장 현황
·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 6월 1일~8월 31일(93일)
- 피서객 : 12만5000명(일 평균)
- 쓰레기 수거량 : 3t(일 평균)
- 쓰레기 수거인력·예산 : 123명(하루)·5억원
 
· 보령 대천해수욕장 : 6월 17일~8월 20일(65일)
- 피서객 : 25만명(일 평균)
- 쓰레기 수거량 : 20~25t(일 평균)
- 쓰레기수거인력·예산 : 60명(하루)·5억원
 
· 강릉 경포해수욕장 : 7월 7일~8월 20일(45일)
- 피서객 : 14만7000명(일 평균)
- 쓰레기 수거량 : 1.4t(일 평균) 
- 쓰레기 수거인력·예산 : 62명(하루)·1억5000만원 
 
자료 : 각 자치단체 
보령·부산·강릉=신진호·이은지·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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