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는 다른 한반도 안보 위기
속수무책인 우리 처지 더 위협적
북핵 대응 카드 행동으로 보여야
현 정세가 과거의 한반도 위기와 다른 점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사실상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적인 측면이 있어 양측의 ‘치킨게임’이 자칫 현실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북·미 간 대결적 언사에 “당혹스럽다(troubled)”며 극도의 우려를 표명할 정도다.
무엇보다 큰 위기는 북·미 간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속수무책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뻥”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7월 말 북한이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자 성주에 배치하려다 중단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문 대통령이 지시했지만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지세력을 의식해 안보 문제에 말과 행동이 다른 태도를 보여도 될 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현실은 여유롭지 않다. 북한 핵·미사일의 연내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이처럼 북핵이 동북아 안보지형을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경우 북·미, 미·중 사이의 빅딜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없게 된다.
행동으로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북한의 핵 능력을 부인만 할 게 아니라 북핵이 얼마나 위협적 수준인지 국민에게 알리고 최선의 대응책을 다각도로 찾아내야 한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콩글리시’가 기정사실화돼 국어사전에까지 오르기 전에 북핵에 맞설 수 있는 여러 카드를 갖춰야 한다. 탄두 중량 확대를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과 핵잠수함 도입은 그런 카드의 극히 일부일 뿐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