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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지금은 미국이 운전석 앉고 한국은 사이드 있을 때”

중앙일보 2017.08.11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북핵 전문가인 여당 외교통 이수혁 의원
북핵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지낸 외교통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미국이 운전석에 앉고 한국은 사이드(보조 역할)에 머물 때”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인해 북핵이 미국과 북한의 문제가 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그는 “따라서 한국이 북·미 협상에 끼지 못한다고 ‘코리아 패싱’이라 비난하면 안 되며 한국은 북·미 간에 딜이 이뤄지면 이후 협상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북한에 ‘정말 우리를 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강압 외교’를 벌이고 있는데 한국은 일단 미국에 협조하며 북·미 간 빅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으며 북·미가 물밑대화로 협상을 끌어내는 시점이 연말, 연초쯤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진두지휘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으로 민주당 의원이 됐다. 그런 만큼 그의 북핵 정국 진단은 당파를 초월한 현실적 접근으로 주목할 만하다. 

북핵, 이제 북·미 간 핵심 문제
ICBM 발사로 패러다임 전환
미국 ‘강압 외교’로 북 압박 중
한국은 현 단계 낄 여지 없어

미국 도와 북 협상 유도해야
‘코리아 패싱’론, 무지의 소산
전쟁 현실화 가능성은 작아
대통령, ‘집단사고’ 견제해야

이수혁 의원은 지금 북미 간에 벌어지고 있는 거친 말싸움은 모두 외교의 일환으로 정부는 이런 구도를 냉철히 인식하고 현실적이고 초당파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이수혁 의원은 지금 북미 간에 벌어지고 있는 거친 말싸움은 모두 외교의 일환으로 정부는 이런 구도를 냉철히 인식하고 현실적이고 초당파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현재 북핵 정국을 어떻게 봐야 하냐.
“이제 북핵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다. ICBM으로 인해 그렇게 됐다. 지난 25년간은 북한이 ICBM을 보유하지 않아 미국은 북핵을 핵비확산(NPT)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만 봤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북한의 2차 ICBM 발사 이후 북핵은 미국의 직접적 위협이 됐다. 그날이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다. 물론 한국도 당사자가 아니라곤 할 수 없다. 그러나 ICBM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했다. 북한이 매일 그렇게 주장한다. 미국이 약소국이라면 남한에 매달리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게 바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북·미가 직접 해결하지 않으면 핵과 ICBM 문제는 풀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그런 패러다임이 바뀐 현실을 알고 있는가.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ICBM 문제는 미국이 운전석에 앉는 것이 맞다. 남북한 관계는 남한이 운전석에 앉아야 하지만 ICBM은 경우가 다르다. 현재의 ICBM 문제를 위해 우리가 운전석에 앉으려고 하는 건 ICBM이 미국의 안보 이슈임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ICBM 문제에서만큼은 한국이 사이드(조수석)에 앉아야 한다.”
 
미국이 운전석, 우리는 조수석에 앉는다고 치고, 그다음에 ICBM을 어떻게 풀어 가야 하나.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를 해야 한다. 미국이 군사행동 직전 단계까지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전략인데 워싱턴이 현재까지 잘하고 있다고 본다. 아직도 ‘강압 외교’의 ‘외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군사력 사용’이란 말을 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그러나 외교에서 군사적 위협은 협상을 위한 과정이다. 나는 지금은 북한에 강압 수단을 구사할 때로 본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가 전형적 강압 외교다. 겉보기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소련을 압박해 모스크바가 무릎을 꿇은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런 결과를 끌어낸 건 아니었다. 미국이 터키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하는 조건으로 소련과 비밀 협상을 해 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즉 강압 외교는 군사력으로 상대를 압박하면서도 물밑에서 ‘비밀 협상’을 해 타협을 끌어내게 돼 있다. 이런 강압 외교 정국에서는 한국이 보조석에 앉았다 해서 ‘코리아 패싱’이라 비난받을 상황이 아니다. 즉 미국의 핵심 이슈가 된 ICBM 문제에서 한국이 보조 역할에 머문다고 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비판할 건 아니란 뜻이다.”
 
‘코리아 패싱’은 94년 북·미가 제네바 합의를 이뤘을 때도 나왔다.
“그 당시 나는 유엔대표부에 근무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협상 결과를 브리핑 받았다. 제네바에서 북·미가 회동하면 우리는 호텔에서 기다리다가 미국 관리들에게 ‘디브리핑’을 받는 처지였다. 당시엔 북핵이 남북한 문제가 아니라, NPT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돼 미국의 주도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은 돈만 내고 무시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외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의 주장이다. NPT 체제의 문제인 핵 문제를 남북이 양자회담으로 담판을 짓기 매우 힘들었다.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기 대립하기 때문이다. 반면 6자회담 같은 다자회담에선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많이 했다. 미국과 북한이 우리를 통해 상대방 입장을 알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다자회담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모두 6자회담이 열리지 않았을 때 일어났다.”
 
미국의 강압 외교가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동북아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우려는 구조적으로 시기상조라고 본다. 미국도 중국도 서로의 국익을 생각하면 전쟁을 벌일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장난질(도발)로 전쟁이 터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그건 6·25 때처럼 지구전이 가능할 때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는 걸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돕지 않을 것이라고?
“지금 북·중 관계는 혈맹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다. 한반도 통일도 꺼린다. 지금의 분단 체제가 중국엔 편하다.”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25년 안에 통일이 안 되면 영구 분단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핵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통일은 힘들다.”
 
영구 분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미 협상이 우선 성사돼야 하나.
“그렇다. 무엇보다 ICBM 문제로 북·미가 빅딜을 해야 한다. 그다음에 평화체제와 긴장 완화를 놓고 협상이 이어질 텐데 여기엔 한국이 당연히 참여할 수 있다. 지금은 북·미가 당사자이니 그들의 협상에 한국이 패싱당했다고 여길 이유가 없다. 북한부터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는데, 미국이 굳이 한국을 끼워주려 하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것도 강압 외교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나.
“선제공격은 무력사용의 군사행동으로 외교라 할 수 없다. 핵 보유 국가들은 늘 상대방이 선제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시달린다(그런 만큼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전쟁 가능성을 흘리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협상 가능성을 언급해 양동작전을 성공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의 막말에 불안해 하는 여론이 있지만, 압박과 대화 가능성 시사라는 역할 분담이 잘되고 있다.”
 
트럼프가 동북아 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고 본다. 그의 막말은 미국의 통수권자로서, 북한을 압박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로 안보의 심각한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여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덕분에 미국이 자신을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트럼프가 강하게 압박하는 언행을 하는 것이다.”
 
북한이 과연 미국의 강압 외교를 견디지 못하고 대화에 응할까.
“북한이 대화밖에 길이 없다고 여기게 될 때까지 미국은 압박을 계속할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 우리 통수권자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성향과 북한의 집단이념을 잘 알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 합의를 이뤄나갈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강압 외교를 펴는 국면에서 북한이 대화에 응할 때까지 한국은 계속 미국에 협조해야 하나.
“그렇다고 본다.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지금의 ICBM 문제는 북·미가 당사자이니 한국은 양국 간 빅딜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지연시켜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다.
“중국이 어려운 존재다. 사드 배치를 신중히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안보만은 한·미 동맹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지난달 4일 북한의 ICBM 1차 발사 당시 정부가 ‘진짜 ICBM급인지는 모르겠다’고 하니까 북한이 24일 뒤 사거리가 더 긴 미사일을 쐈다. 북핵을 과소평가하면 북한이 더 강경하게 나올 빌미만 준다.”
 
북·미 대화의 물꼬는 언제쯤 트일까.
“일단은 북·미가 비밀 회동을 할 것이다. 그런 물밑작업이 완료되면 공식적으로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다. 시점은 연말이나 내년 초쯤 될 것 같다. 그때까지는 미국이 북한을 계속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너무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청와대가 집단사고(group think)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어느 나라 정부나 ‘그룹싱크’의 함정에 빠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외교정책 결정 과정이 민주적으로 돼야 한다. 반대 의견을 수용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미 정부도 집단사고 탓에 의견이 다른 사람을 날려버리는 우를 범한다. 이런 부작용은 대통령이 막아야 한다.”
 
헨리 키신저가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빅딜론을 거론했다.
“키신저는 세계 정치를 움직여 봤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너무 큰 나라들이다.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 이상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얘기는 당연하다. 독일 통일을 보라.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아무리 리더십을 발휘했어도 결국은 미국과 소련이 독일을 통일시킨 거다.”
 
한·미 동맹은 어떻게 된다고 보나.
“국제정치는 늘 변한다. 장기적으로 동맹이 유지될 것이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동맹이 꼭 필요하다. 아직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미국의 지원을 많이 받은 국가다. 다만 평화체제가 이뤄지면 동맹의 역할이 약화되는 게 당연하다.”
 
당신은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럼 협상이 무슨 필요가 있나.
“강력한 압박과 유인책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 북한 스스로 핵 없이 생존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될 때 핵 포기가 가능하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 북핵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은 국제 규범을 충실하게 따르는 나라다. 국제사회가 가만히 놔두겠는가. 외교관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수혁은 …
1997년 주미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며 남북한 간 비공식 외교 경로인 ‘뉴욕 채널’을 개설했다. 99년 고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그는 2003년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에 이어 2005년 주독일대사를 맡았다. 2007년에는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역임하며, 외교와 안보를 두루 섭렵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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