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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5) 불륜을 사랑으로 분칠하는 남자들에게

중앙일보 2017.08.10 04:00
“내게는 호적상 부인보다 애인이 더 소중하다. 지금껏 나는 애인이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1960년대 한국 영화계의 대표주자였던 올해 80세의 노배우가 세상에다 퍼부은 고백이다. 폐암 3기라 해서 새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그, 잘 못 살아온 듯한 세월이 온 얼굴에 지문처럼 찍혀있는 그의 누추한 얼굴을 보는 심정은 참담하고 괴롭다.  

역겹고 뻔뻔스런 유명인사들의 불륜행각 잇따라
사랑과 신뢰를 모독하고 짓밟았음을 사죄해야

 
그런 내용의 보도를 접하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첫 말은 “세상에!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다. 아니, 솔직히 이건 지극히 다듬어진 아주 이성적인 멘트다. 세상에 좀 알려진 인물이라 해서 온 국민이 자신의 신도인 양 언론에 대고 파렴치한 개똥철학을 일갈하니 역겨움을 참기 힘들다. 이 나라 공기를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한 고역이다. 
 
 
신성일.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성일.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는 언젠가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도 수십 년 전의 불륜을 자랑인 양 거론하면서 “나는 마누라도 사랑했고 ‘그녀’도 사랑했다,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마누라에 대한 사랑은 또 다른 이야기”라며 마치 사랑에 도가 튼 듯 일갈했다. 그러면서 내연녀에게 낙태까지 시켜 죄책감이 든다며 “그 여인은 오래전 작고했으니 남자로서 비겁하지 않다”는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해 세상을 경악시킨 적이 있다.  
 
53년간의 결혼생활, 팔순을 넘긴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정신상태가 유아기에 머물고 있는 그의 치졸한 말을 재미 삼아 대중에 퍼부은 그 선정적인 언론들은 스스로 쓰레기를 뒤집어쓴 꼴이다. 이게 모두 우리의 자화상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리다.  
 
 
유명인사들의 불륜 경쟁  
 
재계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빈번하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한 재벌기업 회장은 20여개월 전 한 조간신문을 통해 20여년 넘게 살아온 아내에게 이별을 통고하는 편지를 보내 세상의 아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어느 유부녀와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다 둘 사이에 애까지 낳아 전 남편과 이혼까지 시킨 그 여인과의 사랑 때문에 “이제 어쩔 수 없다” 는 것이 최후통첩의 비장한 편지에 담긴 사유다.
   
역시 최근 얘깃거리가 되고 있는 모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 행각을 담은 저급한 자전적 영화가 버젓이 상영된 것 역시 치욕적이다. 이처럼 소위 유명인들의 불륜 자랑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보는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자존감을 난도질 당해야 한다.  
 
백번 양보해, 남녀가 사랑에 눈 멀어 불륜에 빠질 수 있다고 치자. 사랑은 느닷없이 엄습하는 치명적인, 무저항의 질병이라고 치자. 문제는 그 뻔뻔함이 하늘을 찔러서다. 우선, 이들이 심히 안타까운 것은 참으로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또 과연 그들이 사랑과 책임에 대해 운운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존중받아야 할 사랑이란 단어가 그들로부터 처참히 유린당한 것 같아 불쾌함 역시 떨칠 수 없다.
 
 
영화 '그후'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중앙포토]

영화 '그후'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중앙포토]

 
한 가정의 남편이요 아버지였던 그들의 행위는 도덕심의 실종과 분별력 결여로 저지른 한갓 불륜일 뿐이다. 그들이 아내와 또 다른 여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각자 온전하게 제 자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리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를 차마 그렇게 망가뜨릴 수 없는 것이리라. 한때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를 구렁텅이에 빠뜨림은 물론 내연녀에 대한 저주성 발언과 신상털기가 곳곳에 도배질 돼 있는데 과연 그게 상대를 온전하게 사랑하는 일이란 말인가.
 
 
무책임한 솔직, 분칠당한 사랑 
 
자신을 던져 상대를 감싸는 희생을 하면서도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 존재하기에 온갖 고난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살 만한 것이라 말하게 한다. 그들은 사랑이란 단어를 조롱하고 짓밟으면서 “솔직하고 싶었다”고 항변한다. 사리분별도 못하는 치기를 ‘솔직’으로 착각하고 있다.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사랑해 결혼한 자신의 아내와 자식은 어떤 수모를 당해도 상관없는 것으로 ‘솔직’을 이해하고 있다.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 한 때의 지고한 진정성이 훼손될까 마음 저려 함부로 그 사랑을 욕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륜을 분칠하고 있다.
 
 
불륜. [중앙포토]

불륜. [중앙포토]

 
그들은 그런 무책임한 ‘솔직’에 앞서 인생을 바르게 사는 정직함과 책임감,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우선 배워야 하리라. 공인인 그들은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해온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평생을 참회하라. 그리고 수십 년 함께 살아온 남편을 괜스레 의심의 얼굴로 흘깃거리게 된 이 땅의 아내들에게, 또 정직하게 살아 온 그들의 남편들에게 용서를 구하라. 또한 ‘사랑’과 ‘신뢰’를 모독하고 짓밟았음을 사과하라. 
 
그들이 어쩌다 이 사회의 앞자리에 서 있는 것이 그 사회의 구성원인 입장에서 고역이고 한없이 실망스럽다. 국민에게 무릎꿇어 사죄하고 공인의 자리에서 물러나라. 한때 누구보다 빛났던 그들은 신성한 결혼을 욕되게 하고, 이제 비루한 육신의 옷을 입은 채 부끄러운 노인의 여생을 살게되리라.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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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필진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기자로 은퇴한 출판인.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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