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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상읽기] “내가 당권 도전 선언하니 민주당 이성 잃어”

중앙일보 2017.08.09 02:49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지난달 11일 밤, 안철수는 다음날로 예정된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 사과 기자회견을 앞두고 측근들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가 핵심 의제였다.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백의종군하겠다’부터 ‘정계 은퇴’까지 나왔다. 그러나 안철수의 입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달랐다. “‘전당대회에 나가겠다’는 어떨까요?”
 

논란 속 전대 출마 안철수 인터뷰
바른정당 연대? 지지율 회복 우선

참석자 대부분은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며 말렸다. 결국 이튿날 회견에서 안철수는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겠다”는 말로 거취에 대한 질문을 넘어갔다. 하지만 그의 당권 도전 결심은 이때 굳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선 패배 89일 만에 전대 출마를 강행한 안철수의 선택은 우리 정치사에서 상식적인 모습은 아니다. ‘책임 정치 실종’이란 비판을 반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안철수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자신의 출마를 계기로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좌클릭을 주장하는 당내 좌파가 떨어져나가 중도정당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속내가 엿보인다. 이번 전대에 도전하지 않으면 영영 잊힐지 모른다는 초조감도 없었다고 하긴 어렵다. 대선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해 온 안철수를 7일 오후 마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논란을 무릅쓰고 전당대회에 나오는 이유는?
“당의 지지율이 5% 아래까지 떨어졌으니 정당도 아니다. 누가 내년 지방선거에 국민의당 후보로 나오려 하겠나. 내가 나온 가장 큰 이유가 지방선거다.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오랜 준비가 필요한데 선거일까지 10개월밖에 안 남았다. 이제라도 내가 나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인재를 모을 수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 출마를 반대하는 주장이 많다.
“내가 나만을 위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 비유하자면 집에 불이 났는데 사람들이 나보고 ‘우리가 끌 테니 당신은 쉬라’고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이 워낙 큰불이다. 나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고, 측근들과 어울려 다닌 끝에 대선 패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음을 인정한다. 계속 고쳐 나가겠다.”
 
당이 ‘호남당’ ‘민주당 2중대’란 비아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거대 여야 사이에서 한쪽 편만 들기 어렵다 보니 그런 소리도 듣는다. 우리 당은 삼각형의 꼭짓점이 돼야 한다.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 톱으로 서는 거다.”
 
대표가 되면 집중적으로 추진할 카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100대 과제에 개헌과 선거구 개편을 적시했다. 이런 구도에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와 중대선거제를 적극 추진하겠다. 정부가 이 약속을 안 지키면 국민이 지방선거에서 표로 심판할 것이다.”
 
대표가 된다면 지방선거 공천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 공천은 시·도 당이 하는데 우리 당은 시·도 당이 허약하다. 중앙당보다 존재감 있는 시·도 당이 될 수 있게 일찍부터 공천 원칙을 정해 발표하겠다.”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는?
“절벽 끝에 매달려 버둥대는 이에게 ‘연애하고 싶냐?’고 묻는 격이다. 지금은 당의 지지율 회복이 급선무다. 전당대회를 통해 두 자릿수 지지율로 끌어올리겠다.”
 
“천정배나 정동영이 대표가 되면 당이 민주당보다 왼쪽으로 가다가 흡수될 것”이라 주장했다는데.
“내가 한 말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국민의당은 눈엣가시다. 그들은 우리 당이 소멸될 기회만 노린다. 당 지지율이 높아지면 그런 시도는 물거품이 된다.”
 
두 당이 국민의당을 소멸시키려 한 실례가 있나.
“내가 내린 결정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면 격렬하게 반응하더라. 내가 당권 도전을 선언할 때 민주당이 보인 반응은 한마디로 이성을 잃은 수준이었다.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도 흡수 야욕을 드러낸 거다. 다른 당 전당대회를 놓고 이렇게 시비를 거는 경우가 대한민국 정치 사상 있었나.”
 
민주당이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을 회유해 흡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많다.
“그분들이 회유에 넘어갈 것이라 보지 않는다. 호남 주민들도 다 안다. 국민의당이 있기에 민주당 정부에서 호남이 대접받는다는 걸 말이다. 호남분들이 ‘다당제가 정치발전’이라며 적극 지지하는 이유다.”
 
‘극중주의’를 제시했는데 우클릭인가?
“좌우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 축이 되겠다는 거다. 실용주의에 입각한 중도개혁 정당이 돼 집권할 수 있는 정당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뜻이다.”
 
대선 이후 홀로 어떻게 지냈나?
“책 읽고 사람을 많이 만났다.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 『호모데우스』를 숙독하니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하늘의 별을 보고 우주의 역사를 생각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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