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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동훈의 노인과 바다(3) 숨만 쉴 수 있으면 '이것' 할 수 있다

중앙일보 2017.08.08 04:00

바닷속으로 다이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은퇴자가 많다. 변명이다. 스킨스쿠버는 70대든, 80대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론 숨을 쉴 수 있는 한 가능하다. 실제 은발의 다이버가 흔하다. 스킨스쿠버는 스포츠라기보다 관상이나 산책에 가까운 평생 레저다. 바다의 속살을 담은 수중사진은 레저로서의 묘미를 한껏 더해준다. 산업잠수사이자 스킨스쿠버강사인 필자가 한 번도 바닷속에 가보지 않는 독자를 위해 스쿠버의 시작에서 수중사진 촬영까지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쓴다. <편집자>

 
 
침몰한 선박은 고기들의 안식처로 활용되고 다이버의 좋은 구경거리도 된다. [사진 박동훈]

침몰한 선박은 고기들의 안식처로 활용되고 다이버의 좋은 구경거리도 된다. [사진 박동훈]

 

스쿠버는 스포츠 아닌 관광
누군가와 경쟁할 필요 없다
힘 자랑하는 젊은이가 더 위험
자연을 경외하는 만큼 안전

누구나 나이는 속일 수 있다. 나이든 척, 어린 척. 험한 영업 전선에선 더욱 그렇다. 일부러 촌스럽게 하고 다니거나 배바지를 입거나 머리카락 숱까지 쳐내며 나이 들어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정년이 다가오면 호적이 잘못되었다며 법원을 찾아 생년월일을 변경하기까지 한다. 1년이라도 직장을 더 다니기 위해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했던가. 사실이 아닌 숫자는 실존과는 상관없다.
  
나이는 속여도 몸은 못 속인다. 하루하루 다르다. 중년에 들어서면서 한풀 꺾인다. "내가 예전엔 안 이랬는데…."라는 말이 한숨과 더불어 늘 입에 붙어 다닌다. 조기축구회에서도 스트라이커 자리를 내주고 후방으로 밀려난다. 한 때는 '선수' 칭호를 들었지만, 이젠 중장년팀으로 분류된다. 용 꼬리에서 뱀머리로 강등되는 시기다. 대부분 스포츠에서 후퇴한다. 그라운드에서 벤치로 밀려날 때다.
 
 
지인들과 떠나는 스쿠버다이빙. [사진 박동훈]

지인들과 떠나는 스쿠버다이빙. [사진 박동훈]

 
체력이 예전만 못해서 우울한 분들이라면 바다에 가봐라. 스킨스쿠버는 다른 레포츠와 다르다. 체력이 좀 떨어져도 가능하다. 다이빙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로 '숨만 쉴 수 있으면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얼마나 힘이 좋으냐보다 얼마나 침착하냐가 중요하다. 물론 힘 좋은 게 유리할 수는 있다. 무거운 장비를 나를 때 특히 유리하다. 그러나 오히려 힘이 좋아서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말장난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자신의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믿으면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그러면 자연과 싸우려 들게 마련. 그래서 건장한 청년이 다이빙할 때 더 위험하다. 늘 그랬다. 뛰어난 다이빙보다 중요한 건 안전한 다이빙이다.
 
 
뛰어난 다이빙보다 안전한 다이빙  
 
 
침몰한 선박은 고기들의 안식처로 활용되고 다이버의 좋은 구경거리도 된다. [사진 박동훈]

침몰한 선박은 고기들의 안식처로 활용되고 다이버의 좋은 구경거리도 된다. [사진 박동훈]

  
다이빙 업계에서 한 때 논란이 있었다. 스킨스쿠버가 스포츠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스포츠로 분류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가 아닌 것으로 분류되면 해양수산부가 중심관리 부처가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스포츠 종목이 되면 다른 종목들처럼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론은 스포츠가 아닌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이빙 업계가 '지원'보다 '안전'을 우선해서다. 
  
다이빙은 신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차라리 '관광'에 가깝다. 물 속에 일을 하러 들어가는 프로 잠수사가 아니라면, 힘쓰지 마라. 그냥 즐겨라. 그래서 스킨스쿠버는 '슬로우 레저'다. 누군가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말미잘 군락을 유영중인 다이버. [사진 박동훈]

말미잘 군락을 유영중인 다이버. [사진 박동훈]

 
다른 다이버보다 '더 멀리, 더 빨리, 더 깊이' 다이빙해봐야 더 위험해질 뿐이다. 다이빙을 해보지 않았거나 경력이 적은 사람이 흔히 하는 질문이 있다. "얼마나 깊이 들어가 봤냐?"고 묻는다. 
 
통상 20~30미터 수심을 들어가곤 하는데, 더 깊이 들어가봐야 좋을 건 별로 없다. 깊게 들어갈 수록 어둡고, 춥다. 무엇보다 가봐야 별 볼 것 없다. 힘들여 50여 미터 수심에 들어가면 비단멍게난 좀 볼 뿐, 그마저도 감압시간에 걸려 그리 오래 볼 수도 없다.
 
 
[사진 박동훈]

[사진 박동훈]

 
더 빨리 움직이면 에어(공기)만 더 쓴다. 반드시 조류에 역행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면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게 좋다. 힘들여 조류를 극복해봐야 기다리는 건 과호흡에 따른 패닉이나 다른 사람보다 빠른 출수다. 다른 다이버보다 일찍 나와 배에 올라도 바로 항구로 갈 수도 없다. 다이빙 팀원이 모두 나와야 돌아간다. 그 시간만큼 배 위 땡볕에 멍하니 수면만 바라봐야 한다.

 
남들보다 더 멀리 나가고 싶은가? 입수한 포인트에서 더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앵커라인(포인트와 수면을 연결한 부표)에서 멀어진다. 그럴수록 보트에 있는 텐더나 선장이 출수한 다이버를 발견하기 어렵다. 배에서 다이버를 놓치면 다이버는 수백m에서 수㎞까지 떠내려갈 수 있다.
  
 
제발, 다이빙 실력 자랑하지 마라 
 
멀리 치고 나갈 기회는 평등하겠지만, 과정은 무서울 것이고, 결과는 위험할 것이다. 그러니 제발, 더 멀리, 더 빨리, 더 깊이 가지 마라. '슬로우 레저'란 말 명심해라. 스킨스쿠버는 보고 즐기는 레저다. 남들보다 다이빙 실력이 뛰어나다고 으스대는 다이버를 종종 본다. 수심 100m 대심도를 들어가봤다고 자랑한다. 다른 무리에서 벗어나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포인트를 찾았다며 기뻐한다. 그런 다이버와는 거리를 둬라. 당신을 위험에 끌어들이는 부류다.
  
 
[사진 박동훈]

[사진 박동훈]

 
레저이자 스포츠가 아닌 '운동'으로서 스킨스쿠버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나이든 사람에게 권장할 만한 특징이다. 보통 스포츠는 실력이 붙을수록 보다 과격해 진다. 심한 유산소 운동으로 심박수를 올린다.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한다. 심장과 근육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스킨스쿠버는 그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다.
 
첫째, 짧은 호흡이 아니라 긴 호흡을 쓴다. 천천히 폐를 움직여야 한다. 단전호흡과 태극권을 합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청정 바닷가에서 미세한 필터로 걸러 압축시킨 공기로 호흡한다. 미세먼지와 매연에 시달린 폐를 정화한다. 다이빙 중엔 느끼기 어렵지만, 도시로 돌아와서 호흡해보면 그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둘째, 물 속에서 하는 운동인 만큼 운동량은 지상의 8배에 달한다. 부드럽게 물살을 느끼며 움직이는 만큼 격하지 않지만 근육은 저항감을 받는다. 마치 가벼운 웨이트를 달고 천천히 걷는 것과 유사하다. 다이빙은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근육의 피로도는 적고 운동량은 높다.  
 
셋째, 균형감각을 키운다. 무중력 상태에서 좌우 앞뒤 균형을 맞춰야 한다. 처음엔 몸을 가누기 어렵지만 자연스레 균형감각이 키워진다. 그럼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용이해 진다.
 
 
[사진 박동훈]

[사진 박동훈]

 
스포츠는 날씨나 환경이 나빠져도 가능한 경기를 하려 한다. 상대방이 먼저 포기하고 못하겠다고 제안하길 기다린다.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빙은 그날 안하면 그만이다. 슬로우 레저인데 굳이 누군가와 겨룰 필요가 없다. 스킨스쿠버는 자연을 경외하는 만큼 안전하다.
 
박동훈 스쿠버강사·직업잠수사 sealionking00@daum.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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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박동훈 스쿠버강사. 직업 잠수사 필진

[박동훈의 노인과 바다] 전직 디자이너. 바다가 좋아 산업잠수사와 스킨스쿠버 강사로 활동 중. 나이가 들어 바다 속으로 다이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건 변명이다. 스킨스쿠버는 70대든, 80대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론 숨을 쉴 수 있는 한 가능하다. 또 수중사진은 스쿠버의 묘미를 한껏 더해준다. 스쿠버의 시작에서 수중사진 촬영까지, 그 길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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