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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차, 텐센트...아시아의 곳간, 홍콩 증시가 뜬다!

중앙일보 2017.08.07 14:34
홍콩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홍콩 기업보다 홍콩외 기업이 훨씬 많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홍콩 기업보다 홍콩외 기업이 훨씬 많다.

“올해 540억 달러(약 61조원)에 달하는 중국 본토 자금이 들어온다!” -골드만삭스


“중국 IT 공룡, 텐센트 시총이 420조원을 돌파했고, 앞으로 더 오른다.”  -글로벌 IB 제프리

홍콩에 상장한 텐센트 시총 420조원 돌파
삼성전자 시총보다 100조원 이상 많아
한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홍콩 주식 화제
갈곳잃은 본토 자금도 홍콩 증시행 합류
中 본토 큰 손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지난 6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6월 말 기준으로 4조2000억 달러(약 4780조원)에 이른다. 1997년보다 무려 8배나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모두 홍콩 주식시장 얘기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말마따나 홍콩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는 480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 증시(1100조원)보다 4배나 더 큰 시장인 셈이다.  
한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홍콩 주식투자’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홍콩 주식투자’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곳에 상장한 기업은 홍콩 기업보다 다른 지역 기업이 훨씬 많다. 통계에 잘 잡히지도 않지만, 홍콩 GDP보다 훨씬 큰 데다 그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외국기업으로 분류된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 상장에 대거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홍콩주식’은 화제다. A 대기업 과장인 김석호(39·서울시 서초구) 씨는 올 초 8000만원으로 홍콩에 상장된 지리자동차 주식을 5만 주 샀다. 매입 당시 한 주당 주가는 10홍콩달러(약 1440원)였지만, 지난 2일 18홍콩달러를 넘어섰다. 7개월 만에 80%에 가까운 수익을 낸 셈이다.  
HSBC 홍콩 본점 빌딩 주·야경

HSBC 홍콩 본점 빌딩 주·야경

실제 홍콩에 상장된 기업 주가가 크게 뛰었다. 연초보다 두 배 가까이 뛴 지리자동차를 비롯해 중국 IT 공룡인 텐센트도 70% 넘게 올랐다. 중국건설은행, 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은행, 핑안(平安)보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전통적인 홍콩기업으로 알려진 HSBC홀딩스, CK허치슨(長江和記實業), 홍콩 AIA그룹 주가도 선전했다.
텐센트(왼쪽), 지리자동차의 새로운 독자 브랜드 ‘링크앤코’(오른쪽)

텐센트(왼쪽), 지리자동차의 새로운 독자 브랜드 ‘링크앤코’(오른쪽)

활황 속에 걸출한 스타도 나왔다.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로 성장한 비야디(比亞迪, BYD), 전 세계 게임업계 큰손으로 자리한 텐센트, 볼보를 인수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지리자동차까지 중국 민영기업과 스타트업이 대거 홍콩증시에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텐센트는 중국 3대 IT 공룡으로 8억 명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을 통해 전자상거래·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즈 등 서구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며 온라인 게임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상장한 지 한 달 후인 2004년 7월만 해도 주가는 4홍콩달러대였지만, 지금(8월 2일)은 310홍콩달러를 호가하며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알리바바와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다툴 정도로 커졌다.  
중국 텐센트가 인수한 글로벌 게임제작사들, 왼쪽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즈

중국 텐센트가 인수한 글로벌 게임제작사들, 왼쪽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즈

홍콩증시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본토 큰 손들의 등장에 있다. 중국 내에서 투자하지 못한 막대한 자금이 남하(南下)하고 있다. 지난 6월 WSJ은 “홍콩 주식시장이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창구가 아니라 본토에서 유입되는 막대한 자금으로 아시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본격적으로 물꼬가 터진 것은 2014년 11월부터다. 홍콩과 상하이증시 교차거래를 뜻하는 ‘후강퉁(滬港通)’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후 홍콩과 선전증시의 교차거래인 ‘선강퉁(深港通)’ 시작됐다. 이후 본토로 가는 외국인 투자 행렬이 이어진다고 기대했지만, 반대로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증시 행렬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는 “후강퉁으로 들어온 자금이 지난 6월 기준으로 홍콩증시 거래량의 10%를 이미 넘어섰다”고 했다.  
후강퉁 개념도

후강퉁 개념도

홍콩증시에서 ‘코너스톤 투자자’(Cornerstone investors)가 늘고 있는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기업공개(IPO)를 하기 전에 공모주식 물량을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계약하는 기관 투자자들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증시에서 중국은행(BOC), 중국투자공사(CIC), 중국인민보험(PICC), 중국우정저축은행(PSBC) 등이 코너스톤 투자자를 모집했다. 특히 지난해 9월 IPO한 PICC는 전체 발행주의 60%나 되는 5조원대 규모 주식을 코너스톤 투자자에 넘긴 바 있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홍콩증시가 장세를 쥐고 흔드는 중국 큰 손의 자금조달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본토에서 들어오는 자금이 홍콩증시의 중요한 자금원이 되고 있다”며 “홍콩증시에서 중국 본토의 영향력이 다수 해외 투자자를 압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홍콩증시 입장에서 투자하겠다는 자금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골드만삭스도 중국과 홍콩 증시 교차거래를 통해 홍콩으로 유입될 중국 본토 자금이 올해에만 540억 달러(약 6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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