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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리뷰/엘리자의 내일

중앙일보 2017.08.07 14:03 14면 지면보기
엘리자의 내일
 
원제 Bacalaureat  감독●각본 크리스티안 문주  출연 애드리언티티에니, 마리아 빅토리아드래거스, 리아 버그나, 말리나 마노비치, 블라드 이바노브  촬영 튜더 블라디미르 판두루  미술 시모나 파두레투  의상 브란두사 요안  편집 미르세아 올테아누  장르 범죄, 드라마  상영 시간 127분  등급 15세 관람가  
★★★★
 
 
 
두 번째 장편 연출작 ‘4개월, 3주... 그리고 2일’(2007)로 루마니아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제60회)을 받으며, 루마니아 뉴웨이브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크리스티안 문주(49) 감독. 지난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차지한 ‘엘리자의 내일’을 통해 문주 감독의 명성, 그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엘리자(마리아 빅토리아드래거스)는 고교 졸업 시험만 평소대로 잘 치르면, 영국의 명문 대학에 장학생으로 유학 갈 예정이다. 그것은 아버지 로메오(애드리언 티티에나)의 가장 큰 소망이다. 졸업 시험을 하루 앞두고 엘리자가 학교 앞에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한다. 엘리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로메오는 엘리자가 시험을 잘 치러 유학을 떠나게 하는 데 매달린다. 불법적 조치까지 취하면서.
로메오의 이러한 선택을 ‘도를 지나친 부성애’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영화에 나오듯, 그는 1989년 수많은 사상자를 낸 ‘루마니아 혁명’의 참가자였고, 그를 통해 루마니아의 민주화를 꿈꿨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루마니아가 희망이라고는 없는, 썩어 빠진 사회라고 생각한다. ‘헛된 희망을 품는 잘못을 저지르는 건 지난날의 자신으로 족하다. 사랑하는 딸만큼은 반드시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영화는 인맥을 타고 부정한 청탁이 줄짓는 루마니아의 사회상을 비춘다. 그 속에서 ‘내 딸을 위해 이번 한 번만’ ‘신세를 갚기 위해’ 등의 이유로 그 청탁을 받아들이는 개개인의 선택에 대해 도덕적 질문을 던진다. 그 끝에는 “이렇게 되면 우리가 (엘리자에게) 가르쳐 온 게 무슨 소용이에요?”라는, 로메오의 아내 마그다(리아 버그나)의 물음이 자리하고 있다. 희망의 몰락에 몸서리친 로메오는 결국 자기 딸 만큼은 그 절망을 겪지 않게 하려 발버둥 치다, 그 스스로 딸을 불의에 끌어들이고 만다. 정의와 불의의 굴레 안에서 무엇이 과정이고 결과인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깨우는 통렬한 윤리극이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TIP_극중 펼쳐지는 상황에서 들리는 음악 말고는, 따로 음악을 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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