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준계엄 베이다이허 현장…정작 주민들은 “지도자보다 관광객 더 환영”

중앙일보 2017.08.06 17:02
6일 찾아간 베이다이허 해수욕장. 뒤쪽 오른쪽에 보이는 주황색 지붕 건물 뒤가 중앙 고위 지도자 하계 휴양소가 밀집한 별장지대다. 모래사장에도 철망이 설치돼 일반인 출입을 차단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6일 찾아간 베이다이허 해수욕장. 뒤쪽 오른쪽에 보이는 주황색 지붕 건물 뒤가 중앙 고위 지도자 하계 휴양소가 밀집한 별장지대다. 모래사장에도 철망이 설치돼 일반인 출입을 차단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부가 모여 핵심 현안을 논의하는 연례 비밀회의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지난 주말 막이 올랐다. 중앙 지도자들이 건군 90주년 기념식 다음 날인 2일부터 베이다이허로 모이기 시작했으며 이들이 묶는 휴양소가 밀집한 시하이탄루(西海灘路)가 지난주 초부터 폐쇄됐다고 현지 주민들이 말했다.
 
주말인 5일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베이다이허로 가는 길은 멀고 길었다. 베이징-하얼빈 고속도로 입구인 샹허(香河) 톨게이트를 지나자 최근 설치된 안전검사대가 베이다이허 방향의 차량을 1차로 검문하고 있었다. 휴가 차량까지 몰리면서 평소 두 배인 6시간이 걸려 도착한 베이다이허 톨게이트에도 검문소가 설치돼 모든 차량을 X레이로 검사했다.
6일 베이다이허로 진입하는 톨게이트에 설치된 차량검문소에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검문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6일 베이다이허로 진입하는 톨게이트에 설치된 차량검문소에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검문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특히 베이징과 허베이(河北)가 아닌 지방 번호판을 단 차량은 승객이 모두 내려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를 받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은 “지방 차량은 시내에 진입하려면 검사증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기차역 역시 삼엄했다. 이날 오후 찾아간 베이다이허 역에는 도착 출구에 X레이 검색대가 설치됐다. 탑승객은 물론 하차하는 승객도 짐을 다시 검사받아야 역을 나올 수 있었다. 역 앞에 붙은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주위로 굳게 단결하자”는 선전문이 임박한 당 대회를 알리고 있었다.
6일 찾아간 베이다이허 기차역 앞에 설치된 선전 난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에 단결하자”는 선전 문구가 선명하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6일 찾아간 베이다이허 기차역 앞에 설치된 선전 난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에 단결하자”는 선전 문구가 선명하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6일 베이다이허 기차역. 도착 승객 출구에 보안 검사대가 설치돼 모든 승객의 짐을 X-레이 검색대로 검사하고 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6일 베이다이허 기차역. 도착 승객 출구에 보안 검사대가 설치돼 모든 승객의 짐을 X-레이 검색대로 검사하고 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국가기관 휴양소 밀집 지대에 위치한 롄펑산(聯峰山) 역시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했다. 경찰은 “연례 행사”라며 가방 속 취재 자료까지 하나하나 들춰봤다. 공원 소매점의 장(張)씨는 “지난 2일경부터 베이징에서 고위 지도자가 왔다는 소식이 퍼졌지만 이곳 주민들은 별 관심 없다”며 “베이다이허는 7~8월 한 철 장사로 먹고사는 휴양 도시라 고위 지도자보다 관광객을 더 환영한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이날 해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도부 숙소 쪽 모래사장에는 철망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미 폐쇄된 시하이탄루 입구에서 사진을 찍자 건장한 사복 청년이 다가와 공안 신분증을 보여준 뒤 “사진촬영 금지”라며 삭제를 요구할 정도로 경비는 물샐 틈이 없었다.
6일 찾아간 베이다이허 해수욕장. 뒤쪽 오른쪽에 보이는 주황색 지붕 건물 뒤가 중앙 고위 지도자 하계 휴양소가 밀집한 별장지대다. 모래사장에도 철망이 설치돼 일반인 출입을 차단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6일 찾아간 베이다이허 해수욕장. 뒤쪽 오른쪽에 보이는 주황색 지붕 건물 뒤가 중앙 고위 지도자 하계 휴양소가 밀집한 별장지대다. 모래사장에도 철망이 설치돼 일반인 출입을 차단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인구 10만여 명의 베이다이허는 이날 준(準)계엄 상태였다. 무장 경찰의 검문 검색으로 곳곳에서 교통정체가 이뤄졌다. 통행증을 단 검은 세단 승용차와 마이크로 버스가 분주히 휴양소를 오가는 모습에서 베이다이허 회의 개최를 직감할 수 있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특유의 원로정치가 관철되는 현장이다.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시작했다. 2000년부터 각계 전문가 좌담회와 병행한다. 상무위원의 동정이 관영 매체에서 사라지고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베이다이허에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뉴스로 회의 개최를 반(半)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뿐 베일에 싸인 비밀 회의다.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폐지를 시도했으나 곧 부활했다. 올해는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전임 지도부가 지명한 정치국원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낙마한 직후 열리는 원로회의여서 언론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베이다이허 롄펑산(聯峰山) 정상에 위치한 마오쩌둥 주석의 일출 관람 기념비. 1954년 4월 22일 마오 주석이 이곳에 올라 일출을 바라봤다고 적혀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베이다이허 롄펑산(聯峰山) 정상에 위치한 마오쩌둥 주석의 일출 관람 기념비. 1954년 4월 22일 마오 주석이 이곳에 올라 일출을 바라봤다고 적혀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외신들은 마오쩌둥·화궈펑(華國鋒) 이후 폐지된 당주석제 부활과 차기 지도부 인사안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지난달 민주추천회로 불리는 차기 정치국원 예비 선거로 35명이 선출됐다고 홍콩 시사월간지 ‘쟁명(爭鳴)’이 최근 보도하면서 베이다이허에서 최종 인사안 협상이 이뤄질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쟁명은 지난 7월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금융공작회의가 끝난 뒤 18기 중앙위원 등 512명이 선거에 참여해 시진핑(習近平) 주석,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500표 이상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예비선거에서는 왕치산 서기 외에도 잉융(應勇) 상하이 시장, 마싱루이(馬興瑞) 광둥성장,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부주임 등 시진핑 측근이 대거 포함됐다. 
6일 베이다이허 롄펑산(聯峰山) 정상에서 바라 본 국가급 요양소가 밀집한 별장 지대. 비가 내려 별장과 바닷가 해변이 구름에 가려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6일 베이다이허 롄펑산(聯峰山) 정상에서 바라 본 국가급 요양소가 밀집한 별장 지대. 비가 내려 별장과 바닷가 해변이 구름에 가려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2007년과 2012년 민주추천회에서는 연임자를 제외하고 신임 정치국원만 대상이었다”며 “보도가 정확하다면 민주추천회 형식이 새롭게 진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원로와 인사안을 논의하는 것과 달리 당주석제 부활 등 조직 개편안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베이다이허=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