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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수로 이중으로 형사보상금 지급…법원 “환수 안 돼”

중앙일보 2017.08.06 13:14
정부가 ‘윤필용 사건’으로 재심 무죄 판결을 받아 국가배상을 받은 피해자에게 "보상금이 이중으로 지급됐으니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졌다.
 

"주장·입증 놓친 정부에 책임…유족 과실 인정 안 돼"

통상 형사보상금이 지급된 경우에는 국가배상 등 민사 소송에서는 이를 제외한 금액만 배상받는데, 정부가 국가배상 사건에서 이를 주장해야 했지만 실수로 놓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정부가 故 이모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육군범죄수사단 수사3과장(대위)이었던 이씨는 1973년 발생한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박정희 정권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윤필용 전 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고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설로 번져 윤 전 소장과 그를 따르던 장교들이 처벌받은 사건이다.
 
'윤필용 사건'의 당사자인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 그는 2010년 7월24일 별세했다. [중앙포토]

'윤필용 사건'의 당사자인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 그는 2010년 7월24일 별세했다. [중앙포토]

 
이씨는 이 사건으로 140일간 구금됐다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형이 확정돼 풀려났지만, 군에서 제적됐다.
 
유족들은 2012년 11월 “당시 국가가 이씨에 대해 강압적인 수사를 했다”며 형사사건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2014년 5월 재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나오자 유족들은 ‘형사보상금 지급’ 청구와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2014년 12월 형사보상금으로 2900여 만원을 받았고, 2016년 6월 국가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해 위자료와 지연손해금 등의 명목으로 4억2864만원을 받았다.
 
정부는 이후 “유족들이 형사보상금을 수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 사건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은 손해배상금을 받았다”며 “부당하게 지급된 이득이므로 반환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실수한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정부가 형사보상금을 지급한 것은 국가배상 사건의 항소심이 끝나기 전이었다”며 “주장과 입증의 책임을 놓친 채로 국가배상 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이상 판결금을 두고 부당이득을 운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형사보상금 지급 사실을 일부러 숨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족의 고의성이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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