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우호적 국가 많은 아세안, 이례적 별도 성명 내고 비판
"남북관계 개선 이니셔티브 지지" 문 대통령 '베를린 구상'도 반영
성명은 또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달성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5년) 때 수립된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북한은 “굴욕적”이라며 크게 반발해 왔다. 이 문구를 아세안 장관들이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CVID란 표현을 공식 문서에 쓴 것은 처음이다.

아세안이 5일 별도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도발 등을 규탄했다. 마닐라=유지혜 기자
성명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지지도 포함됐다. 성명은 “우리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달성을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support)”고 밝혔다. 또 “아세안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제재·압박을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면서 조속히 대화를 재개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세안 차원에서 명시적 지지와 공감대를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아세안 국가들만 참여해 내놓은 결과물이지만, 정부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평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을 접촉하는 등 물밑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외교가 소식통은 “북한이 참여하는 ARF 의장성명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귀띔했다.
마닐라=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