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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용호 도착 직전 아세안 "ICBM 심각 우려, 핵 폐기하라"

중앙일보 2017.08.05 18:30
 북한이 참석하는 유일한 역내 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들이 북한의 도발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많은 아세안이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참석을 눈 앞에 두고 북한을 지목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에 우호적 국가 많은 아세안, 이례적 별도 성명 내고 비판
"남북관계 개선 이니셔티브 지지" 문 대통령 '베를린 구상'도 반영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5일 오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별도 성명’을 발표하고 “7월4일과 28일에 걸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이전의 탄도미사일 발사, 지난해 두 차례의 핵실험 등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한 심각한 우려를 다시 강조한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지목해 비판하지 않는 것을 관례로 삼아온 아세안이 북한이라는 대상과 ICBM 도발이란 행위를 모두 적시했다.
 
성명은 또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달성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5년) 때 수립된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북한은 “굴욕적”이라며 크게 반발해 왔다. 이 문구를 아세안 장관들이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CVID란 표현을 공식 문서에 쓴 것은 처음이다.
 
 
아세안이 5일 별도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도발 등을 규탄했다. 마닐라=유지혜 기자

아세안이 5일 별도의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도발 등을 규탄했다. 마닐라=유지혜 기자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 대표단 도착 직전 이런 별도 성명이 채택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요한 톤 세팅 차원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북핵과 미사일에 대해 아세안이 갖는 위협 인식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반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용호 외무상은 6일 오전 0시50분(현지시간) 마닐라에 입국한다.
 
성명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지지도 포함됐다. 성명은 “우리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달성을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support)”고 밝혔다. 또 “아세안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제재·압박을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면서 조속히 대화를 재개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세안 차원에서 명시적 지지와 공감대를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아세안 국가들만 참여해 내놓은 결과물이지만, 정부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평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을 접촉하는 등 물밑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외교가 소식통은 “북한이 참여하는 ARF 의장성명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귀띔했다.
 
마닐라=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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