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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에너지 ‘제3의 길’ 모색해야

중앙일보 2017.08.05 01:23 종합 25면 지면보기
이정재 서울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이정재 서울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논점을 좁히면 안전이냐, 비용이냐 문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당장의 에너지 편익을 도외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사고의 위험성과 안정화까지 10만 년이 걸리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마냥 덮어둘 수 없다.
 

원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안전이냐 비용이냐 문제
급변침보다 거시적 차원의
에너지 다변화 전략 찾아야

탈원전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예를 앞세운다. 그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피해 면적이 후쿠시마는 반경 20㎞, 체르노빌은 30㎞다. 서울시 면적의 50~120%다. 게다가 원전의 경제성이라는 것도 위기비용과 사후 처리비용을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극히 적다고도 하지만 대신 방사능이라는 치명적인 환경문제를 안고 있지 않느냐고 한다.
 
친원전은 국민의 전기료 폭탄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 탈원전이 진행되면 2030년에는 전기료가 지금보다 25%가량 오를 전망이다. 수출이 현재 얼마간 호조를 보이는 것도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싼 산업용 전기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친환경이라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가격과 공급에 변동성이 크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리적 여건상 신재생에너지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우뚝 선 원전 기술의 개발동력이 사라지고 수출 길이 막히며, 그만큼 고용 환경도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은 마치 양자택일의 문제인 것처럼 부딪히고 있는 형국이다. 논점이 안전과 비용으로 서로 다르니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찾아보면 제3의 길도 있다. 에너지 정책도 크게 보면 항해하는 배와 같다. 배는 자동차처럼 급정거나 급회전이 불가능하다. 관성과 타력(惰力)이 작용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급변침하면 자칫 전복될 수 있다. 비록 방향타 조작으로 배가 기울더라도 속도를 조절하거나 중심을 잡아줄 평형수가 제대로 채워져 있으면 문제가 없다.
 

독일과 일본의 ‘원전 제로’ 정책이 그렇다. 무조건 원전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과 관리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한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에 지원금을 주면서 수요자 생산방식을 유도하고, 태양열 전지 기술을 고도화하며, 인공태양이나 토륨 원자로 등 완전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렸다. 어쩌면 지금의 원전 논란도 앞으로 신재생 및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에 따라 무의미해질 수 있다. 지금의 비용 편익이 장차 부담이 될 수 있고, 당장의 부담이 앞으로 기회를 만드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 문제도 단순히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가 아니라 다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와 수요자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이면서 다른 산업과도 연계하는 것이다. 일본의 에너지와 농업 문제 결합이 좋은 예다. 우리보다 탈원전 이슈가 앞선 일본은 농지의 이랑 사이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도록 장려한다. 이른바 솔라셰어링(Sola-sharing)이다. 농작물에 필요한 수준을 넘는 태양광은 ‘잉여 에너지’다. 소출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물을 증발시켜 수분 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잉여 태양광’을 발전으로 전환하면 농산물 공급과 환경 보호의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농가로서는 부족한 수익을 보완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고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실험한 결과 태양광발전으로 그늘이 진 밭의 작황이 종전과 같거나 더 좋았으며, 농작물 수익의 세 배에 달하는 농외 소득도 올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척지가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경기도와 화성시가 담수호 수질 악화와 쌀의 과잉생산이란 문제를 고려해 논 대신 밭으로 개발하는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전체 간척지에서 소금기를 빼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민물과 20년 이상의 시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작물에 필요한 만큼의 흙 받침에 태양전지판을 세우면 서서 재배하는 초현대식 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게다가 태양광을 팔아 부수입도 올릴 수 있고 비를 막아 농산물 품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자력 대신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발전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부처들이 앞다퉈 “절대농지에서 태양광발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것이 난개발과 농지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면 안 된다.
 
에너지는 환경 문제이자 경제 문제이며, 사회 문제이자 미래 문제다. 복합과 융합 시대에 원전 논란을 다양한 층위에서 긴 안목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정재 서울대학교 지역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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