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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선 1억5000만원 내린 급매물 … 노원구도 거래 절벽

중앙일보 2017.08.05 01:03 종합 3면 지면보기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시행 이틀째를 맞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견본주택 현장.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시행 이틀째를 맞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견본주택 현장.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반포주공1단지 21평(전용 72㎡) 16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입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A공인중개업소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등록한 아파트 매물 정보다. 지난 2일만 해도 이 단지 호가(부르는 값)는 18억원 선이었지만 며칠 만에 1억5000만원 싼 물건이 나왔다. 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두 채 가진 다주택자가 급하게 내놓은 물건”이라며 “엊그제만 해도 매수 문의가 많았는데 이젠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 급매 나와도 거래 안 돼
소형 평수 갭투자 많았던 노원
양도세 중과 부담에 매물 늘어나

"오르던 집값 안정 찾을 것” 전망
"대세 하락 아닌 일시 조정” 분석도

 
주택시장이 ‘8·2 부동산 대책 쇼크’로 휘청거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이 집중된 서울 일대에선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거래절벽’을 맞았다. 최근 시장 과열의 진앙지였던 강남 재건축 시장에선 2~3일 만에 1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도 등장했지만 거래는 잘 안 된다.
 
강남 재건축 단지 소유자들이 이번 대책 내용 중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다. 일단 조합이 설립된 단지의 경우 지난 3일부터 분양권을 사고파는 게 불가능해졌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5만5000여 가구가 조합이 꾸려진 상태라 원칙적으로 소유권 이전등기 때까지 분양권 거래가 금지된다. 강남권에선 조합설립 인가 단계를 넘어선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강남구 개포주공 단지 등이 적용 대상이다.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도 커진다. 현재는 주택 보유 수와 관계없이 양도차익에 따라 6~40%의 양도세가 매겨진다. 하지만 앞으론 2주택 보유자는 양도차익의 최대 50%, 3주택 이상은 60%의 세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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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던 다주택자들은 내년 4월 전까지 일부 주택을 팔아서 양도세 부담을 줄일지, 아니면 아예 임대사업자로 등록할지 고민 중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주택 2~3개 보유한 고객들에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겠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끄떡 없는’ 다주택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대치동 제이스공인 정보경 대표는 “아파트 2~3채를 가진 다주택자라고 해도 자금 여력이 있는 이들은 굳이 물건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북권 분위기도 비슷하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노원구에선 문의와 거래가 모두 끊겼다.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대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소형 평수는 물건을 찾기 힘들었지만, 2~3일 사이에 물건이 늘었다”며 “이 주변은 ‘갭 투자’(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적은 단지를 전세를 끼고 사는 방식)가 많아 양도세 중과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세종시에선 분양권 가격이 떨어진 단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등 규제가 2000년대 들어 역대 정부 중 최고 수위여서 급매물이 잇따라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상승 국면이던 주택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세 하락’보다는 ‘일시적 조정’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 대책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이번 대책은 모두 수요 규제에 치중해 있다. 집값 하락 국면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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