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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코리아패싱, 정부가 자초” 여당 내도 “한국 소외 우려”

중앙일보 2017.08.05 01:00 종합 6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한다. 4박5일간의 휴가 중 논란이 됐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가 관심이다.
 

한국당, MB 방미 때 에피소드 소개
“부시가 이제 한국에 정보 주겠다 해”
민주당 “한·미 동맹 굳건하다” 반박

그간 청와대 관계자들은 “휴가에서 복귀하면 문 대통령이 곧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부터 17일간 여름휴가를 떠난다.
 
문 대통령의 복귀를 앞두고 한반도 안보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일명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권한대행은 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회고록을 언급했다. 그는 “(이 전 수석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제부터 한국에 정보를 주겠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기록했다”며 “이 말은 역설적으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청와대는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고 우길 게 아니라 단호한 대처로 그런 말 자체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2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미 한국과 미국은 충분하게 거의 매일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코리아 패싱을 부인한 걸 겨냥한 대목이었다. 3일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보장국 국장 등 한·미·일 3국 안보담당 최고 책임자가 화상회의를 했다.
 
하지만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코리아 패싱이 없다는 건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례를 언급하며 “웜비어 석방을 둘러싼 인질협상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리에겐 언론이 공개하기 전까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신속히 통화해 대북정책의 가닥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 이랬다 저랬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이중 플레이, 오락가락 외교를 해서 코리아 패싱을 자초한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도 한·미·일 안보 책임자들의 화상회의를 두고 “문 대통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국내 비판을 의식한 단발성 통화”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이 굳건하고 대한민국 국력이라는 게 있는데 (코리아 패싱이) 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온도가 다른 말도 나왔다. 북핵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의원은 “북한이 미국을 타깃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현 국면에선 주 당사자인 미국이 전면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에도 “(ICBM이) 미국 본토 문제라고 할 때 미국으로선 북한과 어떤 방법으로든지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한국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했다.
 
고정애·김록환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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