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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제재안 협상 급진전 … 미·중 물밑 합의설 확산

중앙일보 2017.08.05 01:00 종합 12면 지면보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방안을 결정지을 외교전이 이번 주말 미국 뉴욕과 필리핀 마닐라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뉴욕에선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7~8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마닐라에선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외교장관들의 숨가쁜 일정이 6일부터 시작된다.
 

미국 비난하던 주유엔 중국대사
“만장일치 결의 이뤄질 것 기대”
왕이도 “대북 결의 엄격하게 집행”
거부권 가진 러시아 입장이 변수

뉴욕의 안보리 협상과 관련해선 진전이 전혀 없는 듯했던 지금까지의 분위기와 달리 협상에 진전이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속속 등장했다. 먼저 그동안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 정부에 불만을 토로해온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일정시간 매우 노력해왔다”며 “만장일치 결의가 이뤄질 것으로 확실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4일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집행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수아 들라트 유엔주재 프랑스대사는 기자들에게 “프랑스는 수일 이내에 강력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를 보기 원한다”며 “결의안 초안이 현재 논의 중이며 진전을 보고 있다”고 했다.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주재 영국대사는 “북한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을 타격할 ICBM 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금이라도 일찍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대북제재안을 놓고 모종의 합의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유엔 안팎에 퍼졌다.
 
이는 얼마 전의 분위기에서 급변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4일 북한의 첫 번째 ICBM 발사실험 이후 추가 결의안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뚜렷한 성과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북한 문제에 대한) 대화시간은 끝났다”며 “(성과를 내지 못하면) 유엔 안보리에서 긴급회의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초 미국 주도로 만든 제재안 초안엔 대북 원유공급 차단, 북한 노동자의 해외 고용 금지, 항공 및 해양 제한 조치 등의 고강도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미·중 간 협의에 실제로 진전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절충이 진행됐는지가 관심이다.
 
중국이 저강도 제재를 고집할 경우 미국으로선 안보리 제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대신 대북 독자제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미 중국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행사가 가능한 대북 제재법을 발효시킨 상태다.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새로운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제재가 아닌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도 “미국과 중국이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5개 상임이사국의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논의는 이제부터”라고 밝혔다.
 
마닐라 ARF에서도 북한의 ICBM은 최대 이슈 중 하나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ARF 회원 자격 박탈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ARF 회원국들을 상대로 북한과 치열한 외교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협상은 마닐라로 장소를 옮겨 한 단계 높은 미·중·러 외교장관 채널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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